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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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1932년에 씌여졌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SF적인 설정도 훌륭하고 그 설정 안에 담아내는 보편적 통찰도 뛰어난 책이다.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들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소설인데, <1984>와 함께 디스토피아를 묘사한 대표적 작품으로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아마도 아래 비슷한 컨텐츠를 한 번쯤 접해봤을 것이다.

1984 vs 멋진 신세계.jpg(부제:결국에는 진실은 가려진다)
출처 http://cafe.naver.com/fpsgame/2581544

인터넷에서 많이 봤던 위 만화를 기록하기 위해 모 커뮤니티의 글을 가져왔다. 나는 저 만화를 그린 사람, 저 글을 올린 사람, 댓글을 단 사람, 아무튼 기타 <멋진 신세계>를 디스토피아 소설이라 말하는 많은 사람들이 과연 책을 읽기는 한 건가 하는 생각을 한다. 심지어 위 글의 제목에는 "결국에는 진실은 가려진다"라는 부제를 멋들어지게도 달아놓았는데, 도대체 누가 무슨 진실을 가린다는 말인가?

​물론 소설 속에 있는 생산되는 인간, 계급에 따라 억제되는 성장과 그에 따른 조건반사 교육 등등의 시스템에 윤리적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그런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실제로 과학이 발전한 미래에는 앱실론 계급이 아니라 컴퓨터가 대부분의 일을 대신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모두 알파 계급이다.

​중요한 것은 신세계가 우리가 원하던 행복을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이미 2019년을 사는 우리는 다음의 가치들을 추구하고 있다.

  • 안정된 직장 (당연히 돈은 필요하고 대놓고 돈을 밝히는 것은 전혀 나쁜 것이 아니다)
  • 자유 연애 (연인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점점 더 빠르게 쉬워지고 있다는 말은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 억압되지 않은 성 문화 (누가 누구랑 섹스했다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면 아마도 그 사람이 손가락질을 받을 것이다)
  • 젊고 아름다운 육체 (지금이야 젊고 아름다운 육체를 얻거나 유지하기가 불가능하거나 천문학적으로 많은 돈이 드니까 다들 포기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터득하고 있지만 - 외모지상주의 타파 등, 아무 비용과 부작용도 없이 누구나 손쉽게 젊고 아름다운 육체를 얻을 수 있다면?)
  • 누구나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과 복지 시스템 (북유럽 싫어하는 사람?)
  • 소확행 (ㅋㅋㅋ)
  • 관계주의(가족을 포함해서)를 지양하고 조소하는 문화 (젊은 세대에서 개인주의가 대중화된지도 꽤 되었다. 친구/가족 운운하며 슬픈 표정을 짓는 것은 촌스러운 일이다)
  • 비장함, 슬픔, 고독, 쓸쓸함 등을 오글거림이나 중2병으로 일축하는 문화 (오히려 오글거림을 참지 못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 비혼주의 (굳이 결혼을 해야 합니까?)
  • 저출산 (형편이 어려워 아이를 낳지 못하는 사람도 많지만 자녀가 생기면서 자신의 행복이 사라져버리는 것을 두려워하고 그런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난다)
  • 신성하거나 고상한 것들의 배척
  • 모든 권위의 해체
  • 아무튼 쿨해보여야 함 (정말 중요하다)
  • 인생의 목표는 돈 많은 백수

​이런 상황에서 심지어 소마까지 있어서, 일상적으로 스며드는 고독이나 공허함까지 해결할 수 있는 시대를 과연 어떤 사람이 거부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 거부할 수 없는게 아니라, 저항하려는 시도조차 없을 것이다. 우리는 명백하게 저런 것들을 원하고 또 이 순간에도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다가가고 있다. 따라서 멋진 신세계는 (작품이 씌여질 당시의 몇가지 시대적 한계를 제외하면) 디스토피아가 아니다. 확실한 유토피아다. 왜냐하면 인간은 행복의 노예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인간은 위에 쓴 여러가지 소마의 하위 호환들에게 의지해서 살고 있다. 지금도 문명인은 행복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다. 본인의 생활을 구성하는 주변을 둘러봤을 때 쾌락, 편리함, 안락함, 평화로움 같은 것들을 제외하면 뭐가 남아있는가? 총통이 과학과 예술을 없애지 않았냐고? 아마도 지금 너는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고 틈날 때 마다 셰익스피어를 읽고 있으니까 묻는 말이겠지?

​그래서 멋진 신세계에서 사는게 어떻냐고? 당연히 너무 좋다. 거부할 수 없다. 그러나 동시에 찝찝하다. 왜냐하면 (참 이상하게도) 나는 행복의 노예로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아니 대부분의 인간은 너무나 약하다. 그리고 약해빠진 인간에게는 행복이 전부다.

멋진 신세계
영국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의 1932년 작으로 과학문명의 과도한 발전 결과 인간성의 상실을 결과하고 만 미래사회의 모습을 그렸다. 미래의 인간은 출생시부터 인공수정에 의해 대량생산되어 지배자 계급과와 피지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