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하는가?: 이나모리 가즈오
끝을 모르는 열정, 온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기, 완벽에 대한 집착, 진심과 진정성을 갖기, 할 수 있다고 믿기, 누구보다 간절한 바람을 갖기 같은 느낌의 문장들만 주구장창 반복하는 전형적이고 올드한 자기계발서. 나는 이런식의 메세지 전달 방식이 정말 싫은데, 정확히는 저런 태도들(열정, 진정성 등)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싫은게 아니라, 구체적인 내용이 비어있다는게 싫다. 말 그대로 핵심이 빠져있는 공허한 메세지라고 느껴진다.
물론 진심과 진정성을 가진 사람에 문제에 더 몰입하기 쉬운것은 누가 뭐래도 사실일 것이다. 근데 사람들이 그걸 몰라서 안할까? 그게 안되는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면 저 사람이 어떻게 하면 진정성을 가질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봐야한다. 회사에 분위기를 부정적으로 만드는 불평불만충이 있다고 해보자. 이 사람은 대체 뭐가 문제일까? 이 사람이 불평불만이 많은 원인은 오직 한 가지(진정성이 없다던지, 자신의 일을 사랑하지 않는다던지) 뿐일까? 구조적인 문제는 없을까? 혹시 이유가 밝혀졌다 쳐도 그런 사람에게 "자기의 일을 사랑하지 않다니, 어서 사랑하도록!(꾸짖을 갈喝)"이라고 외치는게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까? 만약 그런 문제는 다른 사람이 해결해줄 수 없다거나, 사람은 고쳐쓸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애초에 이런식의 '진심'을 강조하는 자기계발서 같은 컨텐츠는 만들 일도 소비할 일도 없어야 한다. 진심을 가질 사람은 벌써 가졌을텐데 뭐하러?
똑같은 자기계발성 메세지를 전달하려는 목적이라고 해도, 아래 컨텐츠에서는 이 책과 확연히 다른 뉘앙스를 읽을 수 있다.
https://www.instagram.com/p/Cr77V8oOcY8
이 만화의 작가는 사람들이 원하는 어떤 바람직한 태도(이를 대충 '갓생'이라고 하자)를 체득하도록 도와주기 위해, 나름의 근거를 들어 아주 구체적인 실천법을 제시한다. 나는 이런 식의 컨텐츠를 볼 때 인상깊다. 작가가 인간의 '행동'을 '실제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내가 생각하는 사람들을 돕는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사람들을 진짜로 '갓생' 살게 만들고 싶다면, 어떤 방법이 더 효과적일까? 최소한 이 인스타툰 작가는 단순히 '의지'만 강조해서는 실제로 행동을 바꾸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전제 위에서 방법을 고민한다. 설사 작가가 제시하는 저 구체적인 방법들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이 책과의 접근법 차이가 명확하다는 것은 알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매번 복잡하다. 그때그때마다 다른, 여러 매듭이 얽혀있는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다. 사람과 관련된 문제는 더욱 그렇다. 단지 개인의 태도 문제가 아닌 경우도 너무 많다. 심지어는 개인의 태도 문제가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조직이라면 그것까지 다룰 줄 알아야 하고 어떻게 다룰지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한 마디로 주어진 상황에서 문제의 실마리를 종합적으로 관찰해서 적절한 솔루션을 제시하는게 리더의 역할이다. 그리고 자기 삶을 좋은 쪽으로 꾸리려는 개인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아는 원칙만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캐릭터는 소년만화에나 어울린다. 어쩌면 그래서 이런 책이 잘 읽히는지도 모르겠다. 소년만화만큼 가슴을 웅장하지게 만들기 쉬운(문제를 해결하는게 아니라) 스토리텔링 방식도 없으니까.
트레바리 때문에 이 책을 읽었는데, 이런 독후감을 사람들 앞에 제출할 용기가 안나서 그냥 모임을 환불해버렸다... 이럴 때면 내가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걸까 하고 되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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