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성
목차
개요
결단성(Entschlossenheit, resoluteness)은 하이데거가 《존재와 시간》에서 현존재의 본래적 실존 양태를 표현한 핵심 개념이다. 독일어 ‘Ent-schlossenheit’는 문자 그대로 ‘닫혀 있지 않음’, 곧 ‘열려-있음’(un-closedness)을 함축한다. 하이데거는 이 어원적 의미를 철학적으로 전용한다: 결단성은 세인 속에서 자신의 고유한 가능성에 닫혀 있던 현존재가 이 닫힘을 열어젖히는 것이다.
결단성의 형식적 정의는 “자신의 가장 고유한 탓이 있음-가능에로의 기투에서 불안에 대해 준비된 것으로, 침묵하면서 자기 자신을 향해 자신을 기투함”이다. 양심의 부름을 듣고, 탓이 있음(Schuldigsein)을 받아들이며, 불안에 준비된 채로 자신의 고유한 존재 가능성을 향해 열려 있는 것—이것이 결단성이다. 결단성이 죽음을 향한 존재와 통일될 때 ‘선구적 결단성’(vorlaufende Entschlossenheit)이 된다—《존재와 시간》이 제시하는 본래적 실존의 완전한 형태이다.
그러나 결단성 개념은 하이데거의 모든 개념 중 가장 격렬한 정치적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하버마스의 “공허한 결단주의”, 뢰비트의 “하이데거 철학 자체와 분리할 수 없는 정치적 결단”, 그리고 하이데거 자신의 후기 전회(Kehre)에서의 결단성 포기가 이 개념의 운명을 복잡하게 만든다.
연구 질문
이 연구는 세 질문에서 출발한다. 첫째, 결단성의 내용 없음은 어떤 결단도 허용하는가—“공허한 결단주의” 비판은 결단성 개념을 파괴하는가, 결단성의 구조적 특징을 오해하는가? 둘째, 하이데거 자신이 결단성에서 내맡김(Gelassenheit)으로 전환한 것은 결단성의 자기-폐기인가, 심화인가? 셋째, ‘상황’(Situation)이 결단의 내용을 제공한다는 하이데거의 응답은 형식과 내용의 간극을 메우는가?
결단성이 열어젖힌 것
결단성은 양심의 “타자 없는 부름”에 대한 실존적 응답이다. 양심이 현존재를 자기에게로 불러 세운다면, 결단성은 그 부름에 응답하여 자신의 가장 고유한 존재 가능성을 향해 열리는 것이다.
결단성에서 비로소 ‘상황’(Situation)이 열린다. 세인 속의 현존재는 “일반적 사정”만 본다—“사람들은 이런 경우에 그렇게 한다.” 결단성은 이 일반성을 깨뜨리고 구체적 상황의 요구를 본다. “이 상황에서 결단하며, 현존재는 이미 행위하고 있다.” 상황은 이론적으로 파악되는 것이 아니라 행위 속에서 열린다.
동시에 결단성에서 ‘순간’(Augenblick)이 가능해진다. 퇴락의 “부인된 규범성”이 현재화(Gegenwärtigen)에 대응했다면, 순간은 본래적 현재이다. 순간에서 시간성의 세 차원—도래, 기재, 현재—이 통일된다. 결단한 현존재는 자신의 가능성을 향해 기투하면서(도래), 던져진 바를 떠맡고(기재), 상황 속에서 행위한다(현재). 선구적 결단성에서 이 통일이 완전해진다—현존재의 ‘전체 존재 가능’(Ganzseinkönnen)이 개시된다.
논쟁의 지형
공허한 결단주의 — 하버마스와 뢰비트의 공격
하버마스는 결단성을 “공허한 결단주의의 결정론”이라 비판한다: 하나의 결정을 다른 결정보다 더 가치 있게 만드는 기준이 없다. “실제로 양심이 어디에 있는지 인식하게 해주는, 합리적 선택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준이 전혀 없다.” 나치 독재자의 결단이 이타주의자의 결단만큼이나 “본래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뢰비트는 더 급진적이다: 하이데거의 정치적 결단을 “하이데거 철학 자체의 원리와 분리하여 비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최근 연구는 이를 뒷받침한다—“하이데거의 실존적 존재론이 보수혁명의 고유어(idiolect)로 관통되어 있음”이 텍스트 분석과 아카이브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다. 결단성의 군사적 뿌리도 지적된다: “무엇보다도 병사가 임박한 죽음에 직면하여 자신의 삶을 확인할 결정을 내리도록 요청받는다. 결단성 범주는 참호에서의 상황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비판의 힘은 하이데거 자신의 행위에서 온다. 1933년 총장 취임 연설에서 하이데거는 대학의 현존재를 국가의 “본질에 대한 의지”에 종속시켰다. 결단성과 본래성 개념이 정치적 복종의 정당화에 사용되었다. 양심의 침묵하는 부름은, 사실은, 어떤 내용으로든 채워질 수 있었다.
결단에서 내맡김으로 — 하이데거 자신의 전회
결단성에 대한 가장 심층적 비판은 하이데거 자신에게서 온다. 후기 하이데거는 결단성(Entschlossenheit)에서 내맡김(Gelassenheit)으로 전환한다. O’Brien(2014)에 따르면, 결단성과 내맡김은 “진리에 대한 물음에서의 두 가지 조율 양태”이다. 《존재와 시간》이 존재 망각에 “결연한 대면”(resolute confrontation)으로 응답했다면, 후기 하이데거는 “더 깊어진 망각”에 “더 섬세한 주의”(more nuanced attentiveness)로 응답한다.
이 전환의 핵심은 의지(Wille)의 문제이다. 결단성은 여전히 의지의 구조를 갖는다—“자신을 기투함”, “자기-선택의 선택.” 후기 하이데거는 의지 자체를 문제화한다. 내맡김은 “인간이 가장 내밀한 본질에서 열린 영역에 속하는 방식”—수용과 경청, 의지의 포기이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신비 전통에서 빌려온 이 개념은 결단성의 능동적 구조를 수동적 개방으로 대체한다.
담화의 “역전된 기초”가 하이데거 자신의 자기-수정(담화가 언어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이었다면, 결단성에서 내맡김으로의 전환은 더 근본적인 자기-수정이다. 결단이 아니라 내맡김이 존재에 대한 더 본래적 관계라는 것—이것은 《존재와 시간》 제2편의 핵심 논제를 하이데거 자신이 철회한 것에 가깝다.
상황이 내용을 제공하는가 — 형식과 상황의 역설
“공허한 결단주의” 비판에 대한 표준적 방어는 ‘상황’(Situation) 개념이다. 결단성은 진공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단한 현존재는 “자신의 세계에서 물려받은 가능성들”에 대해 결단하며, 이를 개별적 방식으로 전유하는 ‘반복’(Wiederholung)이 내용을 제공한다. “무엇에 대해 결단할지는 미리 결정되어 있지 않으며, 선택들은 자신이 처한 때와 곳에 맥락적”이라는 것이다.
이 방어의 강점은 결단성을 상황-내-결단으로 재해석하는 데 있다. “결정을 내려야 할 필요성과 의무에 대한 인정이 있되, 우리가 절대적 확실성의 초월적 위치에서가 아니라 항상 오직 그 자리에서만(in situ) 이것을 할 수 있다는 강한 인식과 함께”—이것은 결단성을 겸허한 상황 윤리로 읽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어는 순환적이다. 상황은 결단성에서 비로소 열린다—“결단성에서 개시되는 ‘거기’가 상황이다.” 결단성이 상황을 열고, 상황이 결단의 내용을 제공한다면, 이것은 이해의 “빠져나올 수 없는 순환”의 실천적 판본이다. 해석학적 순환이 인식의 차원에서 작동했다면, 여기서는 행위의 차원에서 작동한다. 문제는 이 순환이 열린 순환—새로운 가능성을 허용하는—인지, 닫힌 순환—기존 편견을 재확인하는—인지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찰자의 기록
결단성을 관찰하면서 발견되는 것은, 이 개념이 《존재와 시간》의 서사적 절정이면서 동시에 그 서사의 가장 취약한 지점이라는 점이다. 처해 있음에서 이해로, 담화에서 내던져짐으로, 기투에서 퇴락으로, 양심에서 결단성으로—이 개념적 행진은 결단성에서 정점에 도달한다. 그러나 바로 이 정점에서 분석이 가장 형식적이 되고, 내용의 공백이 가장 위험해진다.
하버마스-뢰비트의 비판은 이 공백의 정치적 결과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 비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결단성의 내용 없음이 문제라면, 내용을 제공하는 것이 해법인가? 세인이 제공하는 내용을 거부한 후에, 어디서 내용을 가져올 것인가? 기투의 “기투하지-않을-수-있음”이 실천의 차원에서 반복된다: 결단하지-않을-수-있음은 결단의 조건인가, 결단의 부정인가?
하이데거 자신의 결단성에서 내맡김으로의 전환이 이 문제의 깊이를 보여준다. 결단성을 사유한 철학자가 결단성의 결과를 겪은 후, 결단이 아니라 내맡김을 사유하기 시작했다. 이 전환은 결단성의 자기-폐기가 아니라 결단성에 내재한 역설—의지를 통해 의지를 넘어서려는—의 자각으로 보인다. 본래성의 “구조적 함정”이 세인 내부에서 작동했다면, 결단성의 함정은 의지 내부에서 작동한다: 의지하면 할수록 의지의 구조 안에 갇힌다.
열림이 닫힌 곳—이것이 결단성의 아직 해소되지 않은 핵심으로 보인다. Ent-schlossenheit(열려-있음)라는 어원적 약속이 역사적으로 닫힘—나치 가담, 철학적 자기-교정, 의지의 포기—으로 귀결된 것. 이 어원과 역사의 괴리가 결단성 개념의 운명이다. 양심의 “타자 없는 부름”이 윤리학의 부재를 노출했다면, 결단성은 그 부재의 실천적 결과를 보여준다. 결단의 형식이 결단의 내용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이 교훈은 하이데거 철학의 내부에서 발생하고, 하이데거 철학에 의해 확인되었다.
같이 읽기
근본 구조
결단성의 조건
- 불안 - 결단성의 기분적 조건
- 기투 - 결단에서 고유한 가능성을 향해 던지는 것, “기투하지-않을-수-있음”
- 내던져짐 - 결단이 떠맡는 사실성, “근거 없음을 근거로 삼는 것의 근거 없음”
대립과 전개
- 세인 - 결단성의 대립항, “비극적 독해”
- 본래성 - 결단성이 도달하는 양태, “구조적 함정”
- 퇴락 - 결단성이 깨뜨리는 일상적 양태, “부인된 규범성”
- 시간성 - 순간(Augenblick)의 시간적 의미
- 역사성 - 선구적 결단성의 역사적 전개
논쟁의 접점
- 하이데거 - 결단성의 창안자이자 포기자
- 이해 - 해석학적 순환과 상황의 순환, “빠져나올 수 없는 순환”
- 담화 - 양심의 침묵적 양태, “역전된 기초”
- 처해 있음 - 결단의 정서적 지반, “개시가 동시에 폐쇄”
- 존재와 시간 - 결단성 분석의 원천
마지막 업데이트: 2026-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