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색 봄의 쓸쓸함

벌써 2021년이 왔냐고 호들갑을 떨고 있었는데, 1-2월의 추위도 어느새 지나가고 봄이 오고 있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바닥에 쌓이는 낙엽과 앙상한 나뭇가지를 보면 마음이 쓸쓸할 수 밖에 없었다. 나무가 고작 길바닥에 쓰레기나 쌓으려고 1년 내내 양분을 끌어모아 잎과 열매를 피웠을까? 하지만 내가 어떻게 생각하던, 양분을 끌어모으는 봄 뒤에는 앙상한 가지만 남는 겨울이 오기 마련이다.

누구는 겨울이 오면 다시 봄이 오는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한 가지 놓치고 있는 것은, 다시 찾아오는 봄은 작년의 그 봄이 아니라는 것이다. 작년의 봄은 작년 겨울에 죽었다. 지금 보이는 2021년의 봄, 희망찬 연두색의 봄은 올해 새로 태어났다. 그리고 한 해를 열심히 살겠지. 그게 가장 사람을 쓸쓸하게 만든다.



쓸쓸하다는 건 왠지 금방이라도 손에 쥘 수 있었을 것만 같은(하지만 한 번도 쥐어본 적 없는) 가장 중요한 무언가가 나에게서 점점 멀어져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상실감이다. 또 스스로의 삶이 무가치하다는 깨달음에서 오는 두려움이다. 그 두려움을 잊기 위해서 우리는 일도 하고 유튜브도 보고 사랑도 하지만, 우리 삶이 무가치하다는 것이 진실인 이상 아무리 발버둥쳐도 문득 스치는 깨달음으로부터까지 완벽하게 도망칠 수는 없다.

어쩌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노스텔지어를 그리워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냥 인간이 그렇게 생겨먹었다. 모두가 있었던 적도 없던 무언가에게 그리움을 느끼고, 오지도 않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결국 남는 것은 너무 익숙해져서 체념처럼 변해버린 상실감과 그 상실감을 한 손에 들고 공허한 노래를 부르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