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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 읽기: 심재원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 읽기: 심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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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군생활을 논산에서 조교로 보냈다. 그곳에서 훈련병들에게 사격이나 수류탄 같은 실용적인 전쟁 기술, 제식이나 총검술 같이 실제로는 쓸모 없지만 이른바 군인의 '각'을 살리기 위한 동작들을 교육했다. 수면, 식사는 물론, '개인 정비'라는 이름으로 훈련병들의 모든 생활을 24시간(진짜 말 그대로) 통제했다. 그들에게 '군인 정신'을 심고 '전투력'을 올리는데 1분 1초도 낭비해서는 안됐기 때문이다. 그런 교육을 하기 위해서 (당연하게도)조교들도 똑같은 교육을 받아야 했다. 나는 내가 하게 될 교육을 위해서라도 '군인 정신'을 내면화했고 '전쟁 기술'을 숙달했다. 그렇게 2년동안 통제받고 통제하는 삶을 살았다. 힘들었지만 동시에 꽤 순조로웠다.

요새 가장 흔하게 경함하는 집단인 회사 같은 곳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하다. 회사가 직원에게 자기계발, 성장, 진취성, 자기 극복, 성공을 강조하는 이유를 굳이 여기서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도 다른 직원들에게 저런 것들을 강조한다.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바람직한' 마음가짐(세부내용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을 갖게 해줄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한다. 왜냐하면 첫째로 그게 회사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고, 둘째로 나 스스로가 그 가치관에 순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회사에 다니는 지금까지도 15년 전에 조교를 하던 때와 비슷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어떤 유명 IT 회사는 직원들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전세대출도 크게 해주고 식사를 챙겨주는 것은 물론 청소나 빨래도 해준다(요새도 하는지는 모르겠음). 목적은 직원이 일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할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것이다. 몇몇 회사의 이런 정책들은 업계에서 대개 좋은 것으로 인식된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겉으로 보기에는 이는 전통적인 억압이나 통제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모든것들이 소름끼칠 때가 있다. 내가 '딱 한 가지' 목적에 맞게 세공되어 간다고 느낄 때 말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생각도 잠시일 뿐이다. '세공 좀 당하면 어떠하리' 같은 생각이 뒤따라온다. 불만 있으면 투쟁해서 이기고 내가 권력을 행사하면 된다. 책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감정이 들었다. 미시 권력을 발견한 그 다음이 뭘까? 단순히 현재의 규범과 가치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권력 투쟁에서 승리한 결과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이긴 한데) '힘에의 의지'에 따라 지배는 저항을 낳고, 그 저항이 지배가 되면, 다시 또 다른 저항을 낳는다는 말은 알겠는데 그게 뭐 어쨌다는 걸까?(지금의 나로서는 끝없는 권력 투쟁의 역사에서 해방된 인간이나 사회 같은 것은 상상할 수 없는데) '모든 권력관계는 그 자체로 나쁜 가치가 아니라, 항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데, 어떤 위험을 말하는 걸까? 사회에게 가스라이팅 당한 내 자신을 발견한 것 만으로는 그 뒤에 따라오는 허탈함을 달래는 방법도, 취해야 할 행동도 잘 모르겠다. 거기까지 바랬던 것도 아니지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