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 다자이 오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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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다자이 오사무

사양: 다자이 오사무

마치 <시지프 신화>와 <이방인>의 관계처럼, <사양>은 <도덕의 계보>에 대한 또 다른 <죄와 벌>인 듯 싶다. 귀족을 찬양하고 대중을 경멸하면서 동시에 그들을 두려워한다. 무능한 생활력이 만든 가난, 가난이 만든 희망 없음, 거기에 따라오는 실존적 비참함에 몸서리치는 모습.

소설에서는 ‘도덕적 과도기’라는 말을 반복해서 하는데, 7-80년이 지난 지금, 그 과도기는 어디로 온 것일까? 2020년의 문명은 데카당을 가장 더러운 골목에도 깨끗한 모습으로 씻겨서 쑤셔 넣어 주었고, 동시에 사람들은 ‘시민’이라는 이름의 귀족을 꿈꾼다. 역사에 지금처럼 천박한 것, 몰상식한 것이 경멸 받고 설 자리를 잃어가는 시대가 있었던가? 어찌보면 과도기를 잘 넘긴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 편에서는 그 ‘시민’이라는 귀족적인 작위가, 실은 시스템을 더 공고히 하는데 기반이 되는 새로운 노예 양성 방법이라는 것을 지적한다. 사람들은 본인이 서점에서 자기계발 코너에 기웃거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들키려고 하지 않는다. 이래나 저래나 확실히 사람들은 서로를 두려워한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그걸 권장한다.

나는 스스로를 귀족과 대중, 양 쪽 모두에게 동의하면서 또 모두에게 동의하지 못하는 박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나는 단언할 수 있는데, 삶은 온통 기다림과 기다림이 만드는 슬픔이라는 것이다.

인간 생활에는 기뻐하기도 하고 노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감정이 있지만, 그렇지만 그건 인간 생활의 겨우 1퍼센트를 점하고 있을 뿐인 감정으로, 나머지 99퍼센트는 그저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는 것 아닐까요? 행복의 발소리가 복도에서 들려오기를 이제나저제나 가슴 조이는 심정으로 기다리다, 헛수고. 아아, 인간의 삶이란 너무나도 비참. 태어나지 않는 편이 좋았다고 모두가 생각하고 있는 이 현실. 그리고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덧없이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비참하기 짝이 없습니다. 태어나기를 잘했다며 아아, 생명을, 인간을, 세상을 기꺼이 여기고 싶습니다.
앞을 가로막고 있는 도덕을, 밀어낼 수는 없나요?
사양
다자이 오사무 탄생 110주년 기념판. 다자이 오사무 생전의 최고 히트작이자 최초의 베스트셀러로 사망 이후 출간된 <인간실격>과 더불어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중편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