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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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해도 괜찮아

못해도 괜찮아, 서툴러도 괜찮아,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다 괜찮아'론도 이제는 단물이 많이 빠져 유행이 지난 것 같다. 저런 이야기가 한창 유행일 때도 대중의 반응이 시큰둥해진 지금도, 나는 여전히 저런 말이 맘에 안든다. 그 이유는 내가 항상 스스로 '잘해야 한다'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왤까? 지금까지 나는 항상 내가 발을 담근 모든 것을 잘하고 싶었다. 개발도 잘하고 싶었고, 책도 잘 이해하고 싶었고, 글도 잘 쓰고 싶었고, 음악도 많이 듣고 싶었다. 특히 개발은 본업이다 보니 잘하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컸고, 그래서 나름 열심히 공부해왔다. 그에 맞게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 싶어서 동료들과 같이 공부도 하고, 토론도 하고, 때로는 이직도 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원하던 상황(뛰어난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것)에 점점 가까워졌고, 이 점에서는 매우 만족한다.

​그러나 문제는 뛰어난 동료들과 같이 일을 할 수록 나도 그에 걸맞는 동료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요만큼만 해도 주변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는데, 점점 더 그럴수가 없게 된다. 주변의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다. 뛰어난 사람일 수록 이미 뛰어난 다른 사람과 일했던 경험이 많고, 자연스럽게 주변 동료에게 어느 수준 이상의 탁월함을 기대하고 있다. 내가 원하던 환경에 왔다고 넋놓고 있다간, 그동안 선망했던 뛰어난 사람들에게 정작 내가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 받지 못하는 내가 싫다.

​나는 최소한 나에게 주어진 일, 내가 해야할 1인분의 일 만큼은 주변에 어떤 우려도 일으키지 않고 스스로 완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같이 지내는 지인들, 또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사려 깊고 유능한 사람들은 모두 나에게도 그 최소한의 예의를 잘 지키고 있다. 그래서 나는 잘하고 싶고, '못해도 괜찮다'는 말은... 무책임하게 들린다. 못해도 괜찮다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평소에 좋은 사람과 함께 지내고 싶을 것이다. 좋은 사람과 지내려면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PS: 별개로, 못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 치고 진짜 못하는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