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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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성의 함정

'내로남불'이라는 사자성어(?)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일관성 있는 언행은 이 땅의 고상하고 냉철한 분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미덕이다. 똥물 튀는 정치 기사의 댓글에서 부터 사뭇 점잖빼는 토론까지, 일관성을 요구하는 모습은 어디에나 있다.

그러나 오직 일관성에 관해서만 싸우는 것 만큼 무의미한 싸움도 없다. ('일관성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대개는 일관성이 없다' 같은 말을 굳이 여기서 하고 싶진 않다) 도대체 우리는 왜 토론을 할까? 결국 진리를 찾기 위해서 혹은 무언가를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일관성에만 몰두한 토론은 정작 진리나 가치 경쟁 따위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일관성만을 요구한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 걸까? 그래서 좌가 맞아 우가 맞아? 그래서 걔가 잘못했다는거야 잘했다는거야? 니 의견은 뭐야?

위선 등으로 대표되는 일관성 없음이 우스워 보이는 것은 인정한다. 그리고 우스워 보이는 부분을 발견하면 달려들어 공격하고 싶어서 안달난 마음도 너무 잘 안다. 부끄럽지만 나도 그렇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원래 일관성이 없고,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은 더 좋아졌다. 왜 노예 해방이 되고 한참 후에야 여성에게 투표권이 주어졌을까? 지금 젊은 사람들이 동성혼을 지지하는 만큼 근친혼을 지지해 줄까? 만약 모든 인류가 누구들처럼 일관성 강박증 환자였다면, 세상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