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가짜, 고통은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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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가짜, 고통은 진짜

행복은 온갖 비장함, 희열, 감동 같은 키치들로 범벅되어 인간에 의해 뒤늦게 정의된 것이다. 그래서 행복은 언제나 역할극 속에서만 존재하는 가짜다. 반면에 고통은 어떤 역할극도 필요없는 실존 그 자체다.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고통을 없애는 것, 또 하나는 고통을 또 다른 역할극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인류는 이런 행복 추구의 방법을 잘 연구하고 개선해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실제로 많은 고통이 사라졌고, 한편으로는 (희비극의 힘을 빌어) 고통을 우울 같은 또다른 역할극으로 치환하여 소비해왔다.

​우리는 행복 추구라는 이름으로, 어떤 선택지 앞에서도 언제나 '더 좋은 것'을 선택(하려고)해왔다. 무언가를 더 좋게 만든다는 역할극이 인류의 문명이 생긴 이후로 한번이라도 인기가 식은 적이 있던가? 아무도 더 좋은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With a chance to make it good somehow, Hey what else can we do now? Thunder Road: Bruce Springsteen

많은 사람들이 북유럽의 복지국가들이야 말로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럴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고통이 거세된 '멋진 신세계'에 남는 것이라고는 이런 공허한 역할극 뿐이다. 물론 역할극은 원래 공허하다. 그러나 어떤 역할극이, 우리의 몰입 혹은 망각을 위해서 무언가 유의미해 보이는 (그게 실제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해도) 변화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역할극은 삶의 긍정이라는 단 하나의 목적조차 상실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세상이 완성되고 모든 역할극이 공허한 역할극으로 변했을 때, 우리는 사실 태초부터 모든 것이 역할극이었다는 진실에게서 더 이상 눈을 돌릴수가 없게 된다. 그 때가 되면 인류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오로지 자살 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