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해야하는 이유
요즘엔 결혼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정말 많다. 나부터도 그렇다. 그러다보니 2030에게 결혼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설명하는 건 의미없는 일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해보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 애인이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심지어는 결혼한 사람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물론 나를 사랑해주고 내가 사랑할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위로가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인이 느끼고 또 느낄 수 밖에 없는 외롭고 공허한 순간들이 모두 사라지게 되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개인이 해결할 수 없어서 안고 가야만 하는 허망함과 외로움이라는게 있기 마련인 것이다. 아니 그렇다면 오히려, 더더욱 결혼을 할 때의 좋은점이 줄어드는건 아닐까?
그런데 우리가 외롭고 동시에 혼자 있을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기분이 드는지 잘 생각해보자. 아마도… ‘내 삶은 어떻게 되는걸까?’, ‘지금 뭐하고 있는걸까?’, ‘나는 왜 이럴까?’ 이런 자책이나 하면서 우울에 빠지게 된다. 이 때, 연애를 하고 있거나 결혼한 사람들은 어떨까? ‘왜 나는 우울한데 너는 그렇게 태평해?’, ‘왜 너는 괴로운 나를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거야?’, ‘니가 있어도 나는 여전히 외로워’ 같은 생각을 하면서, 자책과 우울이 아니라 나를 외롭지 않게 만들어줘야 할 의무가 있는 파트너에게 원망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내가 받는 고통이 어떤 목적을 위한 과정도 아니고 성장을 위한 발판도 아닌 아무 의미 없는 순수한 고통이라면, 그 때의 고통은 몇 배로 증폭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이 고통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내가 납득할 만한 시나리오와 그 시나리오 속의 악역이다. 이 시나리오를 만들지 못하면 우리의 고통은 몇 배로 증폭되는 것이다! 그래서 분노에 빠져 살아가는 것은 우울에 빠져 살아가는 것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한 상태다. 우울해서 자살하는 사람은 많이 봤지만 너무 화가나서 자살했다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지?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데 분노만큼 잘 듣는 장작도 없는 것이다.
오래된 연인이나 부부가 별 것도 아닌 일로 마주칠 때 마다 싸우는 이유는, 어쩌면 잠시라도 싸움을 멈추고 분노를 가라앉혔을 때, 깊숙한 곳에 고이 묻어두었던 우울이 깨어나와 다시 나를 잡아먹으려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옆에서 지켜보는 제 3자 입장에서는 언제나 뭘 그런걸 가지고 싸우냐며 다툼을 말리기에 정신이 없지만, 그게 오히려 그 커플을 위한 일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싸움을 말리는 이유는 그 커플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그냥 싸움이 듣기 싫어서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