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잡생각들

큰일이 날까봐 잔뜩 쫄아있는 나에게, 항상 “막상 닥치면 아무일도 아니다”고 스스로 되뇌여왔다. 나름 나에게 주는 위로였다. 하지만 사실 진짜 문제는 결국 진짜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혹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가 알아버렸다는 것이 아닐까? 힘들 때 마음이 아픈것도 똑같고 결국 지낼만 하다는 것도 똑같다. 별것도 아닌일에 열을 올리는 것도 똑같고 그러다 금세 지치는 것도 똑같다. 내 삶에서 어떤 부분은 조금씩 나아지지만 어떤 부분은 변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 그렇게 많은 것들이 계속 사라져가도 남은 것들의 오늘은 어제와 같을 것이라는 것.


힘들어도 1주일만 지나면 괜찮아진다. 원하는 것을 얻어도 1주일만 지나면 금새 시들해진다. 지금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애지중지하는 것들은 언제까지 나에게 중요한 것으로 남아있을까? 모든 마음들이 내 안에 잠깐 들렸다가 금새 떠나버린다. 만약 이게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라면, 왜 인간은 상실감을 느끼도록 만들어졌나? 절대로 이룰 수 없는 영원이라는 소원을 빌게 만들면서 말이다. 살면서 몇 번이나 겪었던 일이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원하는게 생기고, 그걸 얻으려고 이것저것 열심히 하는 스스로를 보면 우스울 때가 있다. 어쩌면 채워지지 않는 이 헛헛함이 세상을 돌리는 동력이겠지. 그래 열심히 살아라 나야, 사람들아.


나는 애정결핍이 있다. 난 항상 내가 좋아하는게 뭔지 궁금해하기 보다는 싫어하는게 뭔지 알려고 했다. 사람을 만날 때도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해주는 사람보다는 싫어하는 무언가를 하지 않는 사람을 곁에 두려고 했다. 내가 싫어하는 것을 안 하는게 더 중요하다는 말은, 곧 내 삶이 이미 완성되어 있거나 내 삶을 완성시킬 수 있는 사람은 나 뿐이라는 강한 확신과, 그러니까 너는 방해나 하지 말라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게 된다. 하지만 사람을 끌고 또 곁에 두게 만드는 것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이런저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곁에 두고 싶은 하나의 이유인 것이다. 내 애정결핍 때문에 나는 더 외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