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서설: 르네 데카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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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서설: 르네 데카르트

완벽한 학문적 토대를 만들겠다는 것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의심 가능한 것(거짓일 가능성이 0%가 아닌 것)을 모두 거짓이라고 했을 때, 인간의 감각 역시 100% 믿을 수 없으므로 거짓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따라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가 데카르트 철학의 제1 원리라고 말할 정도로 반박의 여지가 없는 명제라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이런 극단적인 의심을 항상 마음에 품고서, 모든 학문의 토대를 연역적으로 만들겠다는 시도가 과연 가능할 것인가? 예를 들어, 이 제1 원리에서 출발하여, 데카르트가 스스로가 말했던,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도라는 진리까지 도착할 수 있을까?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도 함께 떠오른다.

정신이 물체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에 대하여

내 존재를 증명하는 속성이 “생각(정신 활동)”이라고 해서, 반드시 물질과 독립적으로 내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 즉, 정신 활동 자체가 반드시 내 존재의 본질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생각”은 다만, 인간이 알 수 있는 것 중 유일하게 내 존재를 의심 불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것일 뿐이지, (데카르트식에 의하면, 인간이 알 수 없는 어떤 원리에 의거했을지도 모르는) 인간 존재의 조건이나 양식에 관해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내 불완전성이 어떤 완전성의 필연적 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에 대하여

높은 나무에 매달린 열매를 따 먹지 못하는 난쟁이는 이 열매를 따 먹을 수 있는 거인을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생각은 무로부터 나온 것도 아니고, 어떤 절대적인 완전성으로부터 나온 것도 아니다. 어떤 결함이 있는 존재가 그 자체로부터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생각이다. 게다가 난쟁이가 상상한 큰 거인이 정말 신에 필적하는 완전한 존재인 것도 역시 아니다.

동물이 기계와 같고 인간과 뚜렷이 구별된다는 것에 대하여

원숭이나 돌고래 같은 동물은 당연히 인간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다른 동물 보다는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지능은 곧 데카르트가 말하는 이성에 포함되는 개념일 것이다. 인간부터 표범까지 모든 동물을 달리는 속도 순으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아마 가장 빠른 사람도 가장 느린 표범의 발뒤꿈치도 쫓아가지 못하겠지만, 모든 동물이 다 달리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성이라는 속성도 이와 같이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데카르트라는 인간에 대하여

진리 그 자체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 탐구 과정에서의 엄밀함 추구, 홍익인간과 실사구시 개념에 대한 믿음 등을 놓고 보자면 학자로서 갖춰야할 태도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토론이나 논박을 피하거나 불필요하다고 말하는 모습도 보이는데... 당시 사변적이고 허영으로 가득찬 학계 분위기에 질려 그랬을 수도 있지만, 나 같으면 그럴수록 같은 목적과 방향을 가진 사람을 찾아 신랄하게 논박하고 싶을 것 같다(내 의견을 검증하고 싶은 마음에서라도). 말은 아니지만 아마 이미 본인의 의견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본인의 의견을 판단할 사람은 본인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매우 겸손한 어조로)반복하는데, 이것 역시 저서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나쁜 평판이나 불필요한 오해에 대한 방어 차원일 뿐이고, 역시나 본인의 본인에 대한 확신이 깨지는 것을 두려워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판단을 내리기 까지 모든 경우를 다 따져 보았는지 신중하게 검토하고, 하나를 말할 때 검토한 경우의 수를 구구절절 설명하면서, 또 연역적 논리에 의한 반박을 또 구구절절 듣기를 원하는, 한 마디로 매우 피곤한 사람이다. 나와 (능력의 차이는 크겠지만)성향이 비슷한 것 같아 반가웠다. 책을 읽으면서 “사람들이 나랑 이야기할 때 피곤했겠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적인 문제에까지 모두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나를 포함해서 모든 사람들이, 어떤 학문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만큼은 데카르트의 이런 태도를 항상 견지하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고, 책을 읽은 후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발제

연역적으로 완벽하게 증명되지 못하는 주장과 근거의 모음도 학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