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존주의 > [!abstract] 목차 > 1. [[#개요]] > 2. [[#역사적 형성]] > - [[#선구자들: 키르케고르와 니체]] > - [[#현상학적 전환: 후설에서 하이데거로]] > - [[#전후 프랑스의 폭발]] > 3. [[#핵심 개념]] > -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 - [[#자유와 책임]] > - [[#본래성과 비본래성]] > - [[#불안과 죽음]] > 4. [[#실존주의, 허무주의, 부조리주의]] > - [[#허무주의와의 구별]] > - [[#부조리주의와의 관계]] > 5. [[#주요 사상가]] > - [[#하이데거]] > - [[#사르트르]] > - [[#보부아르]] > - [[#카뮈]] > 6. [[#비판과 논쟁]] > - [[#구조주의의 도전]] > - [[#마르크스주의적 비판]] > - [[#분석철학의 거부]] > 7. [[#문화적 영향]] > 8. [[#관찰자의 기록]] > 9. [[#같이 읽기]] ## 개요 **실존주의**(Existentialism, 프랑스어: Existentialisme, 독일어: Existenzphilosophie)는 인간 존재의 구체성과 개별성을 강조하는 철학적 흐름이다. 19세기 키르케고르와 [[니체]]에서 시작하여, 20세기 [[하이데거]], [[사르트르]], [[보부아르]], [[카뮈]] 등에 의해 발전되었다. 스탠퍼드 철학 백과사전에 따르면, 실존주의는 "개인의 구체적 실존, 자유, 선택을 강조하는 철학적, 문학적 운동"으로 정의된다. 실존주의의 핵심 명제는 [[사르트르]]가 정식화한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L'existence précède l'essence)이다. 인간에게 미리 주어진 본성이나 목적은 없다. 인간은 먼저 세계에 던져지고, 그 다음 자신이 무엇인지를 선택한다. 이 선택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선택의 책임은 전적으로 개인에게 귀속된다. 그러나 "실존주의"라는 명칭은 복잡한 역사를 가진다. [[하이데거]]는 자신을 실존주의자로 분류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거부했다. [[카뮈]] 역시 이 꼬리표를 거부했다. [[사르트르]]만이 적극적으로 이 명칭을 수용했다. 따라서 "실존주의"는 통일된 학파라기보다, 유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다양한 사상가들을 사후적으로 묶은 범주로 보인다. ## 역사적 형성 ### 선구자들: 키르케고르와 니체 실존주의의 기원은 19세기 두 사상가에게서 찾아진다. 쇠렌 키르케고르(Søren Kierkegaard, 1813-1855)와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 1844-1900)이다. 두 사람은 서로 알지 못했고, 철학적 입장도 달랐지만, 공통된 적을 가졌다—헤겔로 대표되는 체계 철학이다. 키르케고르는 헤겔의 보편적 이성에 맞서 "단독자"(den Enkelte)를 내세웠다. 체계적 사유는 구체적 개인을 추상화하고 소멸시킨다. 그러나 실존하는 것은 체계가 아니라 개인이다. 키르케고르에게 진리는 "주체성"(Subjektivitet)이다. 객관적 진리가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삶에서 살아내는 진리가 중요하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Gott ist tot)고 선언했다. 이것은 신학적 명제가 아니라 문화적 진단이다. 서양 문명을 지탱해온 초월적 가치—신, 진리, 도덕—가 더 이상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 [[니체]]는 이것을 [[허무주의]](Nihilismus)라고 불렀다. 그러나 [[니체]]는 허무주의에 머무르지 않았다. "위버멘쉬"(Übermensch)는 전통적 가치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인간이다. 두 사상가의 공통점은 추상적 체계에서 구체적 개인으로의 전환이다. 이 전환이 실존주의의 출발점으로 관찰된다. ### 현상학적 전환: 후설에서 하이데거로 20세기 실존주의는 [[후설]]의 현상학에서 방법론적 토대를 얻었다. [[후설]](Edmund Husserl, 1859-1938)은 "사태 자체로!"(Zu den Sachen selbst!)를 모토로 삼았다. 선입견과 이론을 괄호에 넣고, 의식에 주어지는 현상 그 자체를 기술하는 것이 현상학의 방법이다. [[하이데거]]는 [[후설]]의 현상학을 존재론적으로 변형시켰다. 《[[존재와 시간]]》(Sein und Zeit, 1927)에서 그는 "존재 물음"(Seinsfrage)을 제기한다. 존재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하이데거]]는 "[[현존재]]"(Dasein)를 분석한다. [[현존재]]는 존재를 물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자—인간이다. [[하이데거]]의 [[현존재]] 분석은 인간 존재의 구조를 드러낸다. [[세계-내-존재]](In-der-Welt-sein), [[세인]](Das Man), [[불안]](Angst), 죽음-을-향한-존재(Sein-zum-Tode), [[본래성]](Eigentlichkeit)—이 개념들이 후속 실존주의의 어휘가 되었다. 그러나 [[하이데거]] 자신은 자신의 작업이 "실존 철학"이 아니라 "존재론"이라고 주장했다. 1946년 "휴머니즘에 대한 서간"에서 그는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와 거리를 뒀다. ### 전후 프랑스의 폭발 실존주의가 대중적 운동이 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에서이다. 파리 생제르맹데프레의 카페들, 《현대》(Les Temps modernes) 잡지, 검은 터틀넥을 입은 지식인들—실존주의는 철학일 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이 되었다. [[사르트르]]가 이 운동의 중심이었다. 《존재와 무》(L'Être et le Néant, 1943)는 [[하이데거]]의 존재론을 의식의 현상학으로 재해석했다. 1945년 10월 강연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L'Existentialisme est un humanisme)는 대중적 선언문이 되었다. [[사르트르]]는 "인간은 자유롭도록 선고받았다"(L'homme est condamné à être libre)고 선언했다.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1908-1986)는 실존주의를 여성의 상황에 적용했다. 《제2의 성》(Le Deuxième Sexe, 1949)은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On ne naît pas femme, on le devient)고 주장했다. 여성성은 본질이 아니라 상황의 산물이다. [[카뮈]]는 실존주의의 주변부에 있었다. 그는 "실존주의자"라는 명칭을 거부했고, [[부조리]]와 반항을 자신의 주제로 삼았다. 《반항하는 인간》(L'Homme révolté, 1951) 출간 후 [[사르트르]]와 결별했다. ## 핵심 개념 ###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사르트르]]에 따르면,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L'existence précède l'essence)는 실존주의의 핵심 명제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전통 형이상학에서 본질은 실존에 앞선다. 칼을 만들기 전에 칼의 설계—본질—가 있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면, 인간 본성이라는 설계가 먼저 있고, 개별 인간이 그에 따라 창조되었을 것이다. 플라톤의 이데아론,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상론, 기독교의 창조론—모두 본질의 우선성을 전제한다. [[사르트르]]는 무신론적 전제에서 출발한다. 신이 없다면, 인간을 미리 설계한 존재도 없다. "인간은 먼저 실존하고, 세계와 마주치고, 그 다음에야 자신을 정의한다." 미리 주어진 인간 본성은 없다. 인간은 자신이 만드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이 명제는 결정론—생물학적, 심리학적, 사회학적—을 거부한다. 유전자가 나를 폭력적으로 "만들었다"고 말할 수 없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가 현재 행동을 "결정한다"고 말할 수 없다. 이 모든 요소는 내가 선택하는 "상황"이지, 선택 자체를 대체하지 않는다. ### 자유와 책임 자유는 실존주의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 자유는 축복이 아니라 짐이다. [[사르트르]]는 "인간은 자유롭도록 선고받았다"(L'homme est condamné à être libre)고 말한다. 자유로부터 도피할 수 없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내가 선택한 것은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다. 상황을 탓할 수 없고, 타인을 탓할 수 없으며, 과거를 탓할 수 없다. [[사르트르]]는 더 나아가, 개인의 선택이 "인류 전체에 대한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내가 무엇을 선택할 때, 나는 "인간은 이래야 한다"는 이미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 책임의 무게가 [[불안]](angoisse)을 야기한다. [[불안]]은 병리적 상태가 아니라, 자유의 진실과 마주할 때의 정상적 반응이다. [[불안]]에서 도피하려는 것이 "자기기만"(mauvaise foi, bad faith)이다. 자기기만은 자유를 부정하고, 결정론에 숨으려는 시도이다. [[보부아르]]는 자유의 상호성을 강조했다. 《애매성의 윤리》(Pour une morale de l'ambiguïté, 1947)에서 그녀는 나의 자유가 타인의 자유와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타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나의 자유도 손상시킨다. ### 본래성과 비본래성 [[하이데거]]는 [[본래성]](Eigentlichkeit, authenticity)과 비본래성(Uneigentlichkeit, inauthenticity)을 구분한다. 일상적으로 인간은 "[[세인]]"(Das Man, the They)에 빠져 있다. "사람들은 그렇게 한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다"—이런 익명의 규범이 [[세인]]이다. [[세인]] 속에서 인간은 자기 자신이 아니다. 누구나 타자이며, 아무도 자기 자신이 아니다. 이것이 비본래성이다. [[본래성]]은 [[세인]]에서 벗어나 자신의 존재를 떠맡는 것이다. 그러나 [[본래성]]은 [[세인]]의 완전한 탈출이 아니다. 인간은 항상 [[세인]] 속에 있으면서, 동시에 [[본래성]]을 향해 기투한다. [[불안]]이 [[본래성]]으로 부른다. 일상적 의미가 무너질 때, 인간은 자신의 유한성과 대면한다. 이 대면이 [[본래성]]의 계기이다. [[결단성]](Entschlossenheit, resoluteness)은 이 대면에서 자신의 존재를 떠맡는 것이다. [[사르트르]]에게 [[본래성]]은 자기기만의 반대이다. 자기기만은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고, [[본래성]]은 자유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사르트르]]는 완전한 [[본래성]]이 가능한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자기기만은 인간 조건의 구조적 특성으로 보인다. ### 불안과 죽음 [[불안]](Angst, anxiety)은 실존주의의 핵심 정서이다. 키르케고르에서 시작하여 [[하이데거]]와 [[사르트르]]에서 체계화되었다. [[불안]]은 공포(fear)와 다르다. 공포는 특정 대상을 가진다—맹수, 질병, 실직. [[불안]]은 대상이 없다. 아무것도 위협하지 않는데, 모든 것이 의미를 잃는다. [[하이데거]]에게 [[불안]]은 세계의 무의미와 자신의 유한성을 드러낸다. [[불안]] 속에서 일상적으로 중요했던 것들이 갑자기 공허해 보인다. [[세인]]의 안심이 무너진다. 이 순간 [[현존재]]는 죽음과 대면한다. 죽음은 [[하이데거]]철학의 핵심이다. [[현존재]]는 "죽음-을-향한-존재"(Sein-zum-Tode)이다. 죽음은 가장 고유한 가능성이며, 무관계적이고, 넘어설 수 없다. 그러나 [[세인]]은 죽음을 회피한다. "사람들은 죽는다"고 말하지만, "나는 지금 죽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본래적 죽음-향함은 죽음을 미래로 유예하지 않고, 지금 현재 나의 가능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앞질러-달려감"(Vorlaufen)이 [[본래성]]을 가능하게 한다. 죽음의 확실성이 삶의 의미를 부여한다—역설적으로. ## 실존주의, 허무주의, 부조리주의 ### 허무주의와의 구별 실존주의는 종종 [[허무주의]]와 혼동된다. 그러나 두 입장은 구별되어야 한다. [[허무주의]]는 모든 가치가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실존주의는 미리 주어진 가치가 없다고 주장한다. 차이는 미묘하지만 결정적이다. [[니체]]는 [[허무주의]]를 진단했다. "신은 죽었다"—초월적 가치의 붕괴. 그러나 [[니체]]는 [[허무주의]]에 머무르지 않았다. 위버멘쉬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인간이다. [[사르트르]]도 마찬가지이다. 미리 주어진 본질이 없다면, 인간은 자신의 본질을 창조해야 한다. 이것은 허무가 아니라 자유이다. 실존주의는 [[허무주의]]에 대한 응답으로 볼 수 있다. 전통적 가치가 붕괴한 후,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실존주의의 답은: 스스로 가치를 창조하라. 이 창조는 개인의 책임이며,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 부조리주의와의 관계 [[카뮈]]의 [[부조리]](l'absurde)는 실존주의와 관련되지만 구별된다. [[부조리]]란 의미를 추구하는 인간과 침묵하는 세계 사이의 간극이다. [[카뮈]]에 따르면, [[부조리]]는 세계의 속성도 아니고 인간의 속성도 아니다. 그것은 세계와 인간 "사이"의 관계이다. [[카뮈]]는 실존주의를 비판했다. 《[[시지프 신화]]》(Le Mythe de Sisyphe, 1942)에서 그는 키르케고르, 야스퍼스, [[하이데거]]가 [[부조리]]를 인식한 후 초월이나 신에게로 "도약"한다고 비판한다. 이것은 "철학적 자살"—지성을 희생하여 형이상학적 위안을 얻는 것이다. [[카뮈]]의 답은 반항이다. [[부조리]]를 직시하면서도 그것에 굴복하지 않는 것. 시지프는 바위가 다시 굴러 내려올 것을 알면서도 굴려 올린다. "우리는 시지프가 행복하다고 상상해야 한다." 이 반항이 [[허무주의]]와 [[부조리]]주의를 구별한다. ## 주요 사상가 ### 하이데거 마르틴 [[하이데거]](1889-1976)는 실존주의의 존재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존재와 시간]]》은 [[현존재]]의 구조를 분석한다. [[세계-내-존재]], [[세인]], [[불안]], 죽음-을-향한-존재, [[본래성]]—이 개념들이 실존주의의 어휘가 되었다. 그러나 [[하이데거]]는 자신을 실존주의자로 분류하는 것을 거부했다. 1946년 "휴머니즘에 대한 서간"에서 그는 [[사르트르]]의 실존주의가 여전히 형이상학적 휴머니즘에 갇혀 있다고 비판했다. [[하이데거]]의 관심은 인간이 아니라 존재 자체였다. ### 사르트르 장-폴 [[사르트르]](1905-1980)는 실존주의를 체계화하고 대중화했다. 《존재와 무》(1943)는 철학적 주저이고,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1945)는 대중적 선언문이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인간은 자유롭도록 선고받았다", "타인은 지옥이다"—실존주의의 유명한 명제들은 대부분 [[사르트르]]에게서 왔다. [[사르트르]]는 참여 지식인의 전형이 되었다. 문학과 철학을 정치에 연결했다. 《현대》 잡지를 발행하고, 알제리 독립을 지지하고, 베트남 전쟁에 반대했다. 1964년 노벨 문학상을 거부했다. ### 보부아르 시몬 드 [[보부아르]](1908-1986)는 실존주의를 여성의 상황에 적용했다. 《제2의 성》(1949)은 페미니즘의 고전이 되었다.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여성성은 본질이 아니라 상황의 산물이다. [[보부아르]]는 [[사르트르]]의 지적 동반자였지만, 독자적 철학자이기도 했다. 《애매성의 윤리》(1947)에서 그녀는 자유의 상호성을 강조했다. 나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와 연결되어 있다. 억압에 맞서는 것은 타인의 자유뿐 아니라 나의 자유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 카뮈 알베르 [[카뮈]](1913-1960)는 실존주의의 주변부에 있었다. 그는 "실존주의자"라는 명칭을 거부했고, [[부조리]]와 반항을 자신의 주제로 삼았다. 스승 [[장 그르니에]]에게서 "공의 매혹"을 배웠고, 키르케고르와 [[하이데거]]의 "도약"을 비판했다. 《[[이방인]]》(1942)과 《[[시지프 신화]]》(1942)는 [[부조리]]를, 《[[페스트]]》(1947)와 《반항하는 인간》(1951)은 반항을 다룬다. 《반항하는 인간》 출간 후 [[사르트르]]와 결별했다. 195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고, 1960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 비판과 논쟁 ### 구조주의의 도전 1960년대 구조주의는 실존주의에 도전했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évi-Strauss)는 《야생의 사고》(La Pensée sauvage, 1962)에서 [[사르트르]]의 《변증법적 이성 비판》을 비판했다. [[사르트르]]의 역사주의와 휴머니즘은 서양 중심주의적이며, 역사 없는 사회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구조주의의 핵심 주장은 주체의 탈중심화이다. 인간은 자유로운 선택의 주체가 아니라, 언어, 사회, 무의식의 구조에 의해 규정된다. 미셸 푸코, 자크 라캉, 롤랑 바르트—1960년대 프랑스 지성계는 구조주의로 전환했다. [[사르트르]]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되었다. ### 마르크스주의적 비판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실존주의가 부르주아적 개인주의라고 비판했다. [[사르트르]]의 자유 개념이 사회적, 경제적 조건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자유는 계급 해방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개인의 선택으로 환원될 수 없다. 루이 알튀세르(Louis Althusser)는 [[사르트르]]의 휴머니즘이 이데올로기적이라고 비판했다. "인간"은 본질적 범주가 아니라 역사적 구성물이다. 마르크스주의는 과학이어야 하며, 휴머니즘적 수사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르트르]] 자신은 《변증법적 이성 비판》(Critique de la raison dialectique, 1960)에서 실존주의와 마르크스주의의 종합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시도가 성공적이었는지는 논쟁적이다. ### 분석철학의 거부 영미권 분석철학 전통은 실존주의를 대체로 무시하거나 거부했다. 루돌프 카르납(Rudolf Carnap)은 [[하이데거]]의 "무는 무화한다"(Das Nichts nichtet) 같은 문장을 무의미한 말장난으로 비판했다. A. J. 에이어(A. J. Ayer)는 실존주의가 검증 불가능한 명제들로 가득 차 있다고 주장했다. 실존주의와 분석철학의 갈등은 방법론적 차이를 반영한다. 분석철학은 명확한 정의, 논리적 분석, 경험적 검증을 요구한다. 실존주의는 현상학적 기술, 문학적 표현, 개인적 체험을 중시한다. 두 전통은 거의 대화하지 못했다. ## 문화적 영향 실존주의는 철학을 넘어 문학, 연극, 영화, 대중문화에 영향을 미쳤다. 실존주의 문학은 [[사르트르]]의 《구토》(La Nausée, 1938), [[카뮈]]의 《[[이방인]]》(1942), [[보부아르]]의 《초대받은 여자》(L'Invitée, 1943) 등을 포함한다. 부조리극(Théâtre de l'absurde)은 사무엘 베케트, 외젠 이오네스코, 장 주네의 작품을 포함한다.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En attendant Godot, 1953)는 무의미한 기다림을 통해 인간 조건을 탐구한다. 영화에서는 잉마르 베리만,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장-뤽 고다르가 실존주의적 주제를 다루었다. 일본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1998)은 실존주의와 [[부조리]]의 주제를 형상화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주인공 스파이크의 과거에 대한 집착과 현재의 방황, 결국 자신의 과거와 대면하는 결말은 [[본래성]]의 회복으로 읽힐 수 있다. ## 관찰자의 기록 실존주의를 관찰하면서 몇 가지 특기할 점이 발견된다. 첫째, "실존주의"라는 범주의 문제적 성격이 관찰된다. [[하이데거]]와 [[카뮈]]는 모두 이 명칭을 거부했다. 오직 [[사르트르]]만이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따라서 "실존주의"는 통일된 학파라기보다, 사후적으로 구성된 범주로 보인다. 유사한 문제의식—구체적 개인, 자유, 선택, 유한성—을 공유하는 다양한 사상가들을 묶은 것이다. 둘째, 실존주의와 [[허무주의]]의 관계가 흥미롭다. 두 입장은 종종 혼동되지만, 결정적 차이가 있다. [[허무주의]]는 모든 가치가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실존주의는 미리 주어진 가치가 없으므로 스스로 창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존주의는 [[허무주의]]의 진단을 받아들이되, [[허무주의]]에 머무르지 않는다. 셋째, 자유 개념의 급진성이 주목된다. [[사르트르]]의 "절대적 자유"는 모든 결정론을 거부한다. 이것은 해방적이면서 동시에 불안을 야기한다. 비판자들은 이 자유 개념이 사회적, 경제적 조건을 과소평가한다고 지적한다. 감옥에 갇힌 사람이 "자유롭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의미 있는가? 넷째, [[본래성]] 개념의 역설이 관찰된다. [[본래성]]은 [[세인]]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완전한 [[본래성]]이 가능한가? [[하이데거]]도 [[사르트르]]도 이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인다. [[본래성]]은 도달점이 아니라 끊임없는 과제로 보인다. 다섯째, 실존주의의 역사적 위치가 관찰된다. 실존주의는 두 세계대전 사이, 그리고 전후 유럽의 특수한 상황에서 등장했다. 전쟁, 점령, 학살—전통적 가치의 붕괴. 이 상황에서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절박하게 제기되었다. 1960년대 구조주의의 도전 이후 실존주의는 쇠퇴했다. 그러나 그 물음들—자유, 책임, [[본래성]], 죽음—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 같이 읽기 ### 선구자 - 키르케고르 - 단독자와 주체성의 철학 - [[니체]] - 신의 죽음과 [[허무주의]] 진단, 위버멘쉬 - [[후설]] - 현상학의 창시자, 방법론적 토대 ### 주요 사상가 - [[하이데거]] - 존재론적 현상학, 《[[존재와 시간]]》 - [[사르트르]] - 실존주의의 체계화와 대중화 - [[보부아르]] - 페미니즘 실존주의, 《제2의 성》 - [[카뮈]] - [[부조리]]와 반항, 실존주의의 주변부 - [[장 그르니에]] - [[카뮈]]의 스승, 관조의 철학 ### 핵심 개념 - [[현존재]] - 존재를 묻는 인간 존재 - [[세계-내-존재]] - 현존재의 기본 구조 - [[세인]](Das Man) - 익명의 집단 규범 - [[본래성]] - 세인에서 벗어나 자신의 존재를 떠맡는 방식 - [[불안]] - 본래성으로 부르는 근본 기분 - [[부조리]] - 인간과 세계의 간극 - [[허무주의]] - 모든 가치의 무의미 ### 주요 저작 - [[존재와 시간]] - 하이데거의 대표작 - [[이방인]] - 카뮈의 부조리 소설 - [[시지프 신화]] - 카뮈의 부조리 에세이 - [[페스트]] - 카뮈의 반항 소설 ### 비판적 대화 - 구조주의 - 주체의 탈중심화 - 마르크스주의 - 개인주의 비판 - 분석철학 - 방법론적 거부 - 포스트모더니즘 - 실존주의 이후 ### 문화적 영향 - 부조리극 - 베케트, 이오네스코 - [[카우보이 비밥]] - 실존주의와 부조리의 형상화 - [[필름 누아르]] - 숙명론과 실존적 고독 **마지막 업데이트**: 2025-12-13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