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ZFC 공리계
> [!abstract] 목차
> 1. [[#개요]]
> 2. [[#역사적 전개]]
> - [[#러셀의 역설과 위기]]
> - [[#체르멜로의 공리화]]
> - [[#프렝켈과 스콜렘의 보완]]
> - [[#폰 노이만의 정칙성 공리]]
> 3. [[#공리들]]
> - [[#외연 공리]]
> - [[#짝 공리]]
> - [[#합집합 공리]]
> - [[#멱집합 공리]]
> - [[#무한 공리]]
> - [[#분리 공리꼴]]
> - [[#치환 공리꼴]]
> - [[#정칙성 공리]]
> - [[#선택 공리]]
> 4. [[#누적 위계]]
> - [[#정의와 구조]]
> - [[#정칙성과의 관계]]
> 5. [[#메타수학적 결과]]
> -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 - [[#독립성 결과]]
> - [[#일관성 강도]]
> 6. [[#확장과 대안]]
> - [[#큰 기수 공리]]
> - [[#NBG 집합론]]
> - [[#MK 집합론]]
> 7. [[#철학적 함의]]
> - [[#기초주의적 역할]]
> - [[#공리의 정당화]]
> - [[#불완전성과 다원주의]]
> 8. [[#관찰자의 기록]]
> 9. [[#같이 읽기]]
## 개요
ZFC 공리계(Zermelo-Fraenkel set theory with Choice)는 현대 수학의 표준적 기초로 사용되는 공리적 집합론이다. 에른스트 체르멜로가 1908년에 최초의 공리 체계를 제시했고, 아브라함 프렝켈이 1922년에 치환 공리를 추가했으며, 존 폰 노이만이 1925년에 정칙성 공리를 보완하여 현재의 형태가 완성되었다. 여기에 [[수학/집합론/선택 공리|선택 공리]]를 더한 것이 ZFC이다.
ZFC는 9개의 공리(또는 공리꼴)로 이루어진다. 분리 공리꼴과 치환 공리꼴은 각각 무한히 많은 공리를 포함하므로, 엄밀히 말하면 ZFC는 유한 개의 공리로 공리화될 수 없다. 리처드 몬터규는 1961년 ZFC가 유한 공리화 불가능함을 증명했다. 그럼에도 ZFC는 자연수, 실수, 함수, 공간 등 수학의 거의 모든 대상을 형식화할 수 있으며, 20세기 중반 이후 수학의 '공용어'(lingua franca)로 자리 잡았다.
ZFC의 지위는 역설적이다. [[수학/집합론/쿠르트 괴델|괴델]]의 제2불완전성 정리에 따르면 ZFC가 무모순이라면 그 무모순성을 ZFC 내에서 증명할 수 없다. 또한 [[수학/집합론/연속체 가설|연속체 가설]]과 같은 자연스러운 명제들이 ZFC로부터 독립적임이 알려져 있다. ZFC는 '모든 것을 증명하는 체계'가 아니라 '대부분의 것을 증명하되 한계를 갖는 체계'로 관찰된다.
## 역사적 전개
### 러셀의 역설과 위기
19세기 말, [[수학/집합론/게오르크 칸토어|칸토어]]의 '[[수학/집합론/소박한 집합론|소박한 집합론]]'(naive set theory)은 수학자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었다. 이 이론에서 집합은 "명확히 규정된 대상들의 모임"으로 정의되었다. 임의의 성질 P(x)에 대해 {x : P(x)}라는 집합이 존재한다고 가정했다.
1901년, 버트런드 러셀은 이 무제한적 집합 형성이 모순을 낳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R = {x : x ∉ x}, 즉 "자기 자신을 원소로 갖지 않는 모든 집합의 집합"을 고려하면, R ∈ R인지 R ∉ R인지를 물을 수 있다. 어느 경우든 모순이 발생한다. 이것이 [[수학/집합론/러셀의 역설|러셀의 역설]]이다.
[[수학/집합론/러셀의 역설|러셀의 역설]]은 수학의 기초에 대한 심각한 위기를 야기했다. 집합론이 수학의 기초로 받아들여지려면 역설을 배제하는 엄밀한 공리화가 필요했다. 이것이 ZFC 발전의 직접적 동기가 되었다.
### 체르멜로의 공리화
1904년, 체르멜로는 정렬정리를 증명하면서 [[수학/집합론/선택 공리|선택 공리]]를 명시적으로 사용했다. 이 증명에 대한 비판에 대응하면서 그는 집합론의 공리적 기초를 정립할 필요성을 인식했다.
1908년, 체르멜로는 "집합론 기초에 대한 연구"(Untersuchungen über die Grundlagen der Mengenlehre)를 발표했다. 이것이 최초의 완전한 공리적 집합론이었다. 그의 체계는 7개의 공리를 포함했다: 외연 공리, 기초 집합들의 공리, 분리 공리, 멱집합 공리, 합집합 공리, 선택 공리, 무한 공리.
체르멜로의 핵심 통찰은 무제한적 집합 형성을 제한하는 것이었다. 분리 공리는 "성질 P를 만족하는 모든 x의 집합"을 허용하지 않고, "이미 존재하는 집합 A 내에서 성질 P를 만족하는 x들의 집합"만을 허용했다. 이로써 러셀의 역설을 포함한 많은 역설이 배제되었다.
### 프렝켈과 스콜렘의 보완
1921년, 프렝켈은 체르멜로의 체계에 결함이 있음을 지적했다. 체르멜로 집합론은 [[수학/집합론/서수|서수]] ω + ω나 알레프 수 ℵ_ω의 존재를 증명하기에 불충분했다.
1922년, 프렝켈과 토랄프 스콜렘은 독립적으로 **치환 공리꼴**(Axiom Schema of Replacement)을 제안했다. 이 공리는 집합의 원소들에 함수를 적용한 상(image)이 다시 집합임을 보장한다. 프렝켈의 이름이 "ZF"의 "F"가 되었다.
스콜렘은 또한 "정의 가능한 성질"(definite property)의 의미를 명확히 했다. 그는 체르멜로의 모호한 개념을 1차 논리의 정형식(well-formed formula)으로 정밀화했다. 이것은 ZFC를 완전한 1차 이론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이었다.
### 폰 노이만의 정칙성 공리
1925년, 존 폰 노이만은 집합론에 **정칙성 공리**(Axiom of Regularity, 또는 기초 공리 Axiom of Foundation)를 도입했다. 이 공리는 모든 공집합이 아닌 집합이 자신과 서로소인 원소를 갖는다고 주장한다.
정칙성 공리의 효과는 "비정초적"(non-well-founded) 집합을 배제하는 것이다. x ∈ x인 집합, 또는 x ∈ y ∈ x인 순환적 소속 관계가 금지된다. 또한 무한히 하강하는 소속 사슬 ... ∈ x₃ ∈ x₂ ∈ x₁ ∈ x₀도 허용되지 않는다.
정칙성 공리는 다른 ZFC 공리들로부터 독립적이다. 비정초적 집합을 만족하는 일관된 모형이 존재한다. 그러나 정칙성 공리는 집합들의 **누적 위계**(cumulative hierarchy) V = ⋃_α V_α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집합론의 메타수학을 단순화한다.
## 공리들
ZFC는 다음 9개의 공리(또는 공리꼴)로 구성된다.
### 외연 공리
**외연 공리**(Axiom of Extensionality):
> 두 집합이 정확히 같은 원소들을 가지면 두 집합은 동일하다.
형식적으로: ∀A∀B(∀x(x ∈ A ↔ x ∈ B) → A = B)
이 공리는 집합의 정체성이 오직 그 원소들에 의해 결정됨을 선언한다. 집합의 '형성 방법'이나 '이름'은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1, 2}와 {2, 1}은 같은 집합이고, {x : x는 짝수인 소수}와 {2}도 같은 집합이다.
### 짝 공리
**짝 공리**(Axiom of Pairing):
> 임의의 두 집합 a, b에 대해 정확히 a와 b를 원소로 갖는 집합이 존재한다.
형식적으로: ∀a∀b∃C∀x(x ∈ C ↔ (x = a ∨ x = b))
짝 공리는 {a, b}의 존재를 보장한다. a = b인 경우 {a, a} = {a}로 단원소 집합이 된다. 순서쌍 (a, b)는 쿠라토프스키 정의에 의해 {{a}, {a, b}}로 정의되며, 짝 공리에 의해 존재가 보장된다.
### 합집합 공리
**합집합 공리**(Axiom of Union):
> 임의의 집합 A에 대해 A의 모든 원소들의 원소들을 모은 집합이 존재한다.
형식적으로: ∀A∃B∀x(x ∈ B ↔ ∃C(x ∈ C ∧ C ∈ A))
합집합 공리는 ⋃A의 존재를 보장한다. A = {X, Y}이면 ⋃A = X ∪ Y이다. 이 공리는 집합들을 "펼쳐서" 더 큰 집합을 만드는 것을 허용한다.
### 멱집합 공리
**멱집합 공리**(Axiom of Power Set):
> 임의의 집합 A에 대해 A의 모든 부분집합을 원소로 갖는 집합이 존재한다.
형식적으로: ∀A∃P∀B(B ∈ P ↔ B ⊆ A)
멱집합 공리는 P(A)의 존재를 보장한다. [[수학/집합론/대각선 논법|대각선 논법]]에 의해 |P(A)| > |A|이므로, 멱집합 공리는 무한 [[수학/집합론/집합의 기수|기수]]들의 무한한 위계를 산출한다.
### 무한 공리
**무한 공리**(Axiom of Infinity):
> 공집합을 원소로 갖고, 각 원소에 대해 그 후속자도 원소로 갖는 집합이 존재한다.
형식적으로: ∃I(∅ ∈ I ∧ ∀x(x ∈ I → x ∪ {x} ∈ I))
무한 공리는 최초의 무한 집합의 존재를 직접 선언한다. 이것이 없으면 다른 공리들로는 유한 집합만을 구성할 수 있다. 무한 공리가 보장하는 집합 I는 [[수학/집합론/무한|무한]]하며, 그 최소 부분집합이 폰 노이만 자연수 ω = {0, 1, 2, ...}가 된다.
### 분리 공리꼴
**분리 공리꼴**(Axiom Schema of Separation, 또는 부분집합 공리꼴):
> 임의의 집합 A와 성질 φ에 대해, A의 원소 중 φ를 만족하는 것들의 집합이 존재한다.
형식적으로: ∀A∃B∀x(x ∈ B ↔ (x ∈ A ∧ φ(x)))
여기서 φ는 ZFC 언어의 임의의 정형식이다. 각각의 φ에 대해 하나의 공리가 있으므로, 분리 공리꼴은 실제로 무한히 많은 공리들의 모임이다.
분리 공리꼴은 [[수학/집합론/러셀의 역설|러셀의 역설]]을 회피한다. {x : x ∉ x}는 형성할 수 없지만, 주어진 집합 A 내에서 {x ∈ A : x ∉ x}는 형성할 수 있다. 후자는 모순을 낳지 않고 단지 "A 내에 자기 자신을 포함하지 않는 원소들의 집합"을 제공한다.
### 치환 공리꼴
**치환 공리꼴**(Axiom Schema of Replacement):
> 집합 A와 함수적 성질 φ(x, y)가 주어지면, A의 각 원소에 φ를 적용한 상들의 집합이 존재한다.
형식적으로: [∀x∈A ∃!y φ(x,y)] → ∃B∀y(y ∈ B ↔ ∃x∈A φ(x,y))
치환 공리꼴은 프렝켈이 체르멜로 체계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했다. 이 공리 없이는 서수 ω + ω나 ℵ_ω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었다.
치환 공리꼴도 무한히 많은 공리들의 모임이다. 흥미롭게도, 치환 공리꼴이 있으면 분리 공리꼴과 공집합 공리는 잉여적(redundant)이 된다.
### 정칙성 공리
**정칙성 공리**(Axiom of Regularity, 또는 기초 공리):
> 모든 공집합이 아닌 집합 A는 A와 서로소인 원소를 갖는다.
형식적으로: ∀A(A ≠ ∅ → ∃x∈A(x ∩ A = ∅))
정칙성 공리의 핵심적 귀결은 무한 하강 소속 사슬의 금지이다. ... ∈ x₃ ∈ x₂ ∈ x₁인 무한 수열은 존재할 수 없다. 또한 x ∈ x인 집합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공리는 모든 집합이 누적 위계 V_α의 어느 단계에 속함을 보장한다. 정칙성 공리는 집합론의 메타수학에서 유용하지만, 통상적인 수학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 선택 공리
**[[수학/집합론/선택 공리|선택 공리]]**(Axiom of Choice, AC):
> 공집합이 아닌 집합들의 모임에 대해 각 집합에서 원소를 하나씩 선택하는 함수가 존재한다.
형식적으로: ∀A(∅ ∉ A → ∃f: A → ⋃A ∧ ∀X∈A(f(X) ∈ X))
선택 공리는 ZFC의 "C"에 해당한다. 이 공리 없이는 ZF라 부른다. 선택 공리는 1904년 체르멜로가 정렬정리를 증명하면서 명시적으로 도입했다.
선택 공리는 ZF로부터 독립적이다. [[수학/집합론/쿠르트 괴델|괴델]](1940)이 선택 공리의 무모순성을, 폴 코헨(1963)이 그 부정의 무모순성을 증명했다. 현대 수학에서 선택 공리는 표준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일부 논쟁적 귀결([[수학/집합론/바나흐-타르스키 역설|바나흐-타르스키 역설]] 등) 때문에 철학적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 누적 위계
### 정의와 구조
**누적 위계**(cumulative hierarchy) V는 모든 집합을 서수에 의해 인덱싱된 단계들로 조직한 구조이다. 초한재귀로 정의된다:
- V₀ = ∅
- V_{α+1} = P(V_α) (멱집합)
- V_λ = ⋃_{β<λ} V_β (λ가 극한 서수일 때)
- V = ⋃_α V_α
각 단계 V_α는 "서수 α 이전에 구성될 수 있는 모든 집합"을 포함한다. V₀ = ∅, V₁ = {∅}, V₂ = {∅, {∅}}, V₃ = {∅, {∅}, {{∅}}, {∅, {∅}}}, ...
V_ω는 모든 유한적으로 구성 가능한 집합들의 집합이며, "유전적으로 유한한"(hereditarily finite) 집합들의 전체이다. 이것은 무한 집합을 포함하지 않는다.
### 정칙성과의 관계
정칙성 공리는 "모든 집합이 누적 위계에 속한다"는 명제와 동치이다. 즉:
> 정칙성 공리 ⟺ ∀x∃α(x ∈ V_α)
누적 위계의 각 집합은 **랭크**(rank)를 갖는다. 집합 x의 랭크는 x ∈ V_{α+1}인 가장 작은 서수 α이다. 랭크는 집합의 "복잡성"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볼 수 있다.
누적 위계는 ZFC의 메타수학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 많은 증명이 집합의 랭크에 대한 초한귀납으로 진행된다. 또한 괴델의 구성 가능 우주 L은 V의 "정의 가능한" 부분으로 정의된다.
## 메타수학적 결과
###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수학/집합론/쿠르트 괴델|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는 ZFC에 직접 적용된다.
**제1불완전성 정리**: ZFC가 무모순이라면, ZFC에서 증명도 반증도 불가능한 문장이 존재한다.
**제2불완전성 정리**: ZFC가 무모순이라면, "ZFC는 무모순이다"라는 문장은 ZFC 내에서 증명 불가능하다.
제2불완전성 정리는 특히 중요하다. ZFC의 무모순성을 확립하려면 ZFC보다 강한 체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도달 불가능 기수가 존재한다"는 공리를 추가하면 ZFC의 무모순성을 증명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확장된 체계의 무모순성 역시 그 체계 내에서는 증명 불가능하다.
### 독립성 결과
ZFC로부터 독립적인 명제들이 많이 알려져 있다.
**[[수학/집합론/연속체 가설|연속체 가설]] (CH)**: c = ℵ₁인가? 괴델(1940)은 CH가 ZFC와 무모순임을, 코헨(1963)은 ¬CH도 ZFC와 무모순임을 증명했다.
**[[수학/집합론/선택 공리|선택 공리]] (AC)**: ZF로부터 독립적이다. ZFC와 ZF¬C 모두 무모순하다(ZF가 무모순일 때).
**수스린 가설**: 실수 직선의 특성화에 관한 명제. ZFC로부터 독립적이다.
이러한 독립성 결과들은 코헨의 [[수학/집합론/강제법|강제법]](forcing)과 괴델의 내적 모형(inner model) 기법으로 증명된다.
### 일관성 강도
집합론적 명제들은 **일관성 강도**(consistency strength)에 따라 위계를 이룬다. 이론 T₁이 T₂보다 일관성 강도가 높다는 것은 T₁의 무모순성이 T₂의 무모순성을 함의하지만 역은 아니라는 것이다.
놀라운 현상은 모든 자연스러운 집합론적 명제들이 이 위계에서 선형으로 비교 가능하다는 것이다. 두 명제가 주어지면 둘 중 하나가 다른 것보다 일관성 강도가 높거나 같다.
이 위계의 정점에는 큰 기수 공리들이 있다. 도달 불가능 기수, 측정 가능 기수, 초콤팩트 기수 등은 각각 다른 일관성 강도를 갖는다.
## 확장과 대안
### 큰 기수 공리
**큰 기수**(large cardinal)는 ZFC로 증명할 수 없는 특별한 성질을 갖는 기수이다. 무한 공리가 최초의 무한 기수 ℵ₀의 존재를 선언하듯이, 큰 기수 공리는 훨씬 더 큰 기수들의 존재를 선언한다.
**도달 불가능 기수**(inaccessible cardinal) κ: 정규 기수이고 강한 극한 기수인 κ. 도달 불가능 기수가 존재한다면 V_κ ⊨ ZFC이다.
**측정 가능 기수**(measurable cardinal) κ: κ의 모든 부분집합에 대해 정의되는 비자명한 κ-완비 2값 측도가 존재하는 기수.
**초콤팩트 기수**(supercompact cardinal): 초등 삽입(elementary embedding)에 의해 특징지어지는 매우 큰 기수.
괴델은 큰 기수 공리가 집합론의 불완전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연속체 가설 등의 독립적 명제들이 적절한 큰 기수 공리 하에서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괴델의 프로그램"이라 불린다.
### NBG 집합론
**NBG**(von Neumann-Bernays-Gödel) 집합론은 ZFC의 보수적 확장이다. NBG는 집합 외에 **고유 모임**(proper class)을 명시적으로 다룬다.
ZFC에서 "모든 집합의 모임"은 존재하지 않는다([[수학/집합론/러셀의 역설|러셀의 역설]]). NBG에서는 이것이 고유 모임 V로 존재하지만, 어떤 집합의 원소도 될 수 없다.
NBG의 장점:
- **유한 공리화 가능**: ZFC와 달리 유한 개의 공리로 공리화된다
- **고유 모임의 직접적 다룸**: 범주론 등에서 유용
- **보수적 확장**: 집합에 관한 NBG의 정리는 정확히 ZFC의 정리와 같다
괴델은 연속체 가설의 무모순성을 NBG 내에서 증명했다.
### MK 집합론
**MK**(Morse-Kelley) 집합론은 NBG보다 강하다. MK는 고유 모임에 대한 이해 공리꼴(comprehension schema)을 확장하여 고유 모임을 양화하는 공식도 허용한다.
MK는 ZFC와 NBG보다 일관성 강도가 높다. MK 내에서 ZFC의 무모순성을 증명할 수 있다. 따라서 MK와 ZFC는 등일관적(equiconsistent)이지 않다.
## 철학적 함의
### 기초주의적 역할
ZFC는 현대 수학의 **기초**(foundation)로 기능한다. "수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은 "ZFC의 정리들의 집합"이다.
이 기초주의적 역할은 다음을 의미한다:
- 수학적 개념들(자연수, 실수, 함수, 공간 등)은 집합으로 정의된다
- 수학적 정리들은 ZFC로부터의 연역이다
- 수학적 증명의 정당성은 ZFC 공리들의 수용에 의존한다
그러나 이 역할은 논쟁적이다. 대부분의 수학자들은 ZFC를 명시적으로 참조하지 않고 연구한다. ZFC는 "배후의 기초"로 기능하며, 필요할 때만 참조된다.
### 공리의 정당화
ZFC 공리들의 정당화는 철학적 문제이다. 왜 이 공리들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직관적 정당화**: 공리들은 집합에 대한 우리의 직관을 형식화한 것이다. 외연 공리는 "집합은 원소에 의해 결정된다"는 직관을, 멱집합 공리는 "부분집합들을 모을 수 있다"는 직관을 반영한다.
**실용적 정당화**: ZFC는 수학의 거의 모든 것을 형식화할 수 있으며, 역설을 회피한다. "작동하기 때문에" 받아들여진다.
**누적 위계 정당화**: 공리들은 누적 위계 V의 구조를 기술한다. V가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공리들이 자연스럽게 따라나온다.
선택 공리는 특히 논쟁적이다. 직관적으로 "당연해 보이지만" 반직관적인 귀결(바나흐-타르스키 역설)을 갖는다.
### 불완전성과 다원주의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와 독립성 결과들은 철학적 질문을 제기한다.
**플라톤주의적 해석**: 집합의 우주 V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며, 연속체 가설은 그 우주에서 참이거나 거짓이다. ZFC가 이것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공리계의 불완전성 때문이다. 새로운 공리를 발견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다원주의적 해석**: ZFC와 양립하는 여러 "집합론적 우주"가 동등하게 정당하다. CH가 성립하는 우주와 그렇지 않은 우주가 모두 실재한다. "진짜" 집합론적 우주는 없다.
**형식주의적 해석**: 수학은 형식 체계의 연구이며, "수학적 진리"는 형식적 증명 가능성일 뿐이다. 독립적 명제는 참도 거짓도 아니라 "미결정"이다.
현대 집합론은 이러한 철학적 입장들 사이에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 관찰자의 기록
ZFC 공리계를 관찰하면서 몇 가지 특기할 만한 점이 발견된다.
첫째, ZFC의 역사는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읽힌다. [[수학/집합론/러셀의 역설|러셀의 역설]]이 수학의 기초를 위협하자, 수학자들은 엄밀한 공리화로 대응했다. 그러나 공리화 자체가 새로운 문제를 낳았다—어떤 공리를 선택할 것인가, 공리의 정당성은 무엇인가. 위기에 대한 해결이 새로운 위기를 낳는 패턴이 관찰된다.
둘째, ZFC가 "표준"이 된 과정은 논리적 필연이 아니라 역사적 우연과 실용적 판단의 결과로 보인다. 체르멜로, 프렝켈, 폰 노이만의 기여가 축적되었고, 힐베르트 학파의 영향력이 이것을 확산시켰다. 1960년대에 이르러 ZFC는 사실상의 표준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다른 후보들(예: 유형론)은 주변화되었다. "왜 ZFC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완전한 답은 논리학만으로는 제공되지 않는 것 같다.
셋째, ZFC의 불완전성은 흥미로운 상황을 만든다. ZFC는 자신의 무모순성을 증명하지 못하고, 연속체 가설 같은 자연스러운 명제를 결정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ZFC는 "수학의 기초"로 받아들여진다. 불완전한 기초가 어떻게 기초로 기능할 수 있는지, 이것이 기초주의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지는 추가 탐구의 대상이 될 만하다.
넷째, ZFC와 그 확장들(큰 기수 공리 등) 사이의 관계는 흥미롭다. 괴델은 큰 기수 공리가 연속체 가설을 결정할 수 있다고 희망했지만, 이것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어떤 확장이 "올바른" 것인지, 그 기준이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 수학자들이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는지—직관에 의해? 결과의 풍부함에 의해? 일관성 강도에 의해?—는 수학적 실천의 본성을 드러내는 사례이다.
다섯째, ZFC의 공리들은 "자명성"의 정도가 다른 것으로 보인다. 외연 공리나 짝 공리는 직관적으로 거부하기 어렵지만, 선택 공리나 치환 공리꼴은 논쟁적이다. 무한 공리는 무한의 존재를 직접 선언하며, 이것을 "자명하다"고 할 수 있는지는 철학적 입장에 따라 다르다. 공리계 내에서도 공리들의 지위가 균일하지 않다는 점은 기초의 본성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 같이 읽기
### 핵심 구성 요소
- [[수학/집합론/선택 공리|선택 공리]] - ZFC의 "C"
- [[수학/집합론/무한|무한]] - 무한 공리가 보장하는 것
- [[수학/집합론/서수|서수]] - 누적 위계의 인덱스
- [[수학/집합론/집합의 기수|기수]] - 멱집합 공리와 연결
### 역사적 배경
- [[수학/집합론/소박한 집합론]] - ZFC가 대체한 비형식적 집합론
- [[수학/집합론/러셀의 역설]] - ZFC 발전의 직접적 동기
### 관련 인물
- [[수학/집합론/게오르크 칸토어|게오르크 칸토어]] - 집합론의 창시자
- [[에른스트 체르멜로]] - 최초의 공리적 집합론
- [[아브라함 프렝켈]] - 치환 공리꼴의 도입
- [[존 폰 노이만]] - 정칙성 공리, 누적 위계
- [[수학/집합론/쿠르트 괴델|쿠르트 괴델]] - 무모순성 증명, 불완전성 정리
- [[폴 코헨]] - 독립성 증명, 강제법
### 메타수학적 결과
- [[수학/집합론/연속체 가설|연속체 가설]] - ZFC로부터 독립적
-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 ZFC에 적용됨
- [[수학/집합론/강제법|강제법]] - 독립성 증명의 핵심 기법
- [[구성 가능 우주]] - 괴델의 내적 모형
### 확장과 대안
- [[수학/집합론/큰 기수|큰 기수]] - ZFC의 확장
- [[NBG 집합론]] - ZFC의 보수적 확장
- [[범주론]] - 대안적 기초
### 철학적 맥락
- [[수학철학]] - 공리의 정당화 문제
- [[플라톤주의]] - 집합론적 실재론
- [[형식주의]] - 수학을 형식 체계로 봄
- [[수학기초론]] - ZFC의 역할
**마지막 업데이트**: 2025-11-28 22:1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