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R 역설
> [!abstract] 목차
> 1. [[#개요]]
> 2. [[#역사적 배경]]
> - [[#아인슈타인의 불만]]
> - [[#1935년 논문]]
> 3. [[#EPR 논증의 구조]]
> - [[#물리적 실재의 요소]]
> - [[#완전한 이론의 조건]]
> - [[#얽힌 상태]]
> - [[#논증의 결론]]
> 4. [[#보어의 응답]]
> - [[#실재성 기준 비판]]
> - [[#상보성의 적용]]
> 5. [[#봄의 스핀 버전]]
> 6. [[#벨의 정리]]
> - [[#벨 부등식]]
> - [[#CHSH 부등식]]
> - [[#국소적 숨은 변수의 한계]]
> 7. [[#실험적 검증]]
> - [[#초기 실험]]
> - [[#아스페 실험]]
> - [[#허점 없는 벨 테스트]]
> - [[#2022년 노벨 물리학상]]
> 8. [[#현대적 함의]]
> - [[#양자 비국소성]]
> - [[#양자 정보 이론]]
> 9. [[#관찰자의 기록]]
> 10. [[#같이 읽기]]
## 개요
**EPR 역설**(Einstein-Podolsky-Rosen paradox)은 1935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보리스 포돌스키(Boris Podolsky), 네이선 로젠(Nathan Rosen)이 양자역학의 불완전성을 주장하기 위해 제시한 사고실험이다. 논문 제목 "양자역학적 물리적 실재 기술은 완전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가?"(Can Quantum-Mechanical Description of Physical Reality Be Considered Complete?)가 시사하듯, 이 논증은 양자역학이 물리적 실재의 완전한 기술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EPR 논증의 핵심은 양자역학적으로 "얽힌"(entangled) 두 입자에 대한 분석이다. 한 입자를 측정하면 아무리 멀리 떨어진 다른 입자의 상태도 즉각적으로 결정된다. 아인슈타인은 이것이 "유령 같은 원격 작용"(spooky action at a distance)이라고 비판했다. 국소성(locality)—멀리 떨어진 사건들이 서로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과 실재론(realism)—물리량은 측정과 무관하게 확정된 값을 갖는다—을 받아들인다면, 양자역학은 불완전해야 한다는 것이 EPR의 결론이었다.
닐스 보어(Niels Bohr)는 같은 해 같은 제목의 논문으로 응답했지만, 논쟁은 30년간 결정적 해결 없이 지속되었다. 1964년 존 벨(John Bell)이 국소적 숨은 변수 이론과 양자역학을 구별할 수 있는 부등식을 도출하면서 상황이 변화했다. 이후 실험들—특히 알랭 아스페(Alain Aspect)의 1982년 실험—은 양자역학의 예측을 확인하고 벨 부등식의 위반을 보여주었다. 국소적 실재론은 실험적으로 반증되었다.
EPR 역설은 "역설"이라기보다 양자역학의 비고전적 특성을 드러내는 현상으로 재해석되었다. 양자 얽힘은 이제 양자 정보 이론, 양자 암호, 양자 텔레포테이션의 핵심 자원이 되었다. 2022년 노벨 물리학상은 존 클라우저(John Clauser), 알랭 아스페, 안톤 차일링거(Anton Zeilinger)에게 "얽힌 광자를 이용한 실험, 벨 부등식 위반 확립, 양자 정보 과학 개척"의 공로로 수여되었다.
## 역사적 배경
### 아인슈타인의 불만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이었다. 1905년 광전 효과 논문은 빛의 양자—광자—를 도입했고, 이것은 양자 이론의 발전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그러나 1925-1926년 [[행렬역학]]과 파동역학이 완성된 이후, 아인슈타인은 새로운 이론의 해석에 점점 불만을 표명했다.
아인슈타인의 불만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결정론의 포기**. 양자역학에서 측정 결과는 본질적으로 확률적이다. 막스 보른(Max Born)의 확률 해석에 따르면, 파동함수는 확률 밀도를 제공할 뿐 개별 사건의 결과를 결정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God does not play dice)고 반대했다.
둘째, **측정의 특별한 역할**. [[코펜하겐 해석]]에서 측정은 파동함수 붕괴를 야기하는 특별한 사건이다. 그러나 측정이 정확히 무엇인지, 언제 붕괴가 일어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아인슈타인은 달이 관측하지 않을 때도 존재한다고 믿었다.
셋째, **비국소성의 암시**. 얽힌 상태에서 한 입자의 측정이 멀리 떨어진 다른 입자에 즉각적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특수상대성이론의 정신—어떤 물리적 영향도 빛보다 빠르게 전파될 수 없다—과 충돌하는 것처럼 보였다.
1927년과 1930년 솔베이 회의에서 아인슈타인은 [[하이젠베르크 불확정성 원리]]를 반박하려는 사고실험들을 제시했지만, 보어에 의해 논파되었다. EPR 논문은 더 정교한 논증으로, 불확정성 원리 자체가 아니라 양자역학의 완전성을 공격했다.
### 1935년 논문
1935년 5월 15일, *Physical Review*에 "양자역학적 물리적 실재 기술은 완전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가?"가 발표되었다. 저자는 아인슈타인, 포돌스키, 로젠 세 사람이었지만, 실제 작성은 포돌스키가 담당했다.
아인슈타인은 논문의 최종 형태에 완전히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나중에 막스 보른에게 보낸 편지에서 "본질적인 점이 형식주의에 묻혀버렸다"고 불평했다. 아인슈타인이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양자역학에서 물리적 실재의 기술이 비국소적이라는 점이었다.
논문은 즉각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New York Times*는 "아인슈타인이 양자 이론을 공격하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보어는 논문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고 전해지며, 즉시 응답 준비에 착수했다.
## EPR 논증의 구조
### 물리적 실재의 요소
EPR 논문은 "물리적 실재의 요소"(element of physical reality)에 대한 조작적 정의로 시작한다:
> "시스템을 어떤 방식으로도 교란하지 않으면서 물리량의 값을 확실히(확률 1로) 예측할 수 있다면, 그 물리량에 대응하는 물리적 실재의 요소가 존재한다."
이것은 온건하고 상식적인 기준으로 보인다. 공이 상자 안에 있는지 확인하지 않고도 상자를 열면 공이 나올 것이라고 확실히 예측할 수 있다면, 공은 "실재로" 상자 안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완전한 이론의 조건
EPR은 완전한 물리 이론의 필요 조건을 제시한다:
> "물리적 실재의 모든 요소가 물리 이론에 대응물을 가져야 한다."
다시 말해, 실재하는 모든 물리량이 이론 내에서 표현되어야 한다. 실재하는 물리량이 이론에서 다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이론은 불완전하다.
### 얽힌 상태
EPR의 핵심은 양자역학적으로 얽힌 두 입자 시스템의 분석이다. 원래 논문은 위치와 운동량의 상관관계를 사용했다. 두 입자가 상호작용한 후 분리되어 멀리 떨어졌다고 가정하자. 양자역학에 따르면, 전체 시스템의 상태는 다음과 같은 형태로 기술된다:
$\Psi(x_1, x_2) = \int_{-\infty}^{\infty} e^{i(x_1 - x_2 + x_0)p/\hbar} dp$
이 상태에서:
- 입자 1의 위치를 측정하면, 입자 2의 위치를 $x_2 = x_1 + x_0$로 확실히 예측할 수 있다.
- 또는 입자 1의 운동량을 측정하면, 입자 2의 운동량을 $p_2 = -p_1$로 확실히 예측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입자 2에 대한 측정을 전혀 하지 않고도 이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입자 1의 측정이 멀리 떨어진 입자 2를 "교란"할 수 없다면(국소성 가정), 입자 2는 측정 전에 이미 위치와 운동량 모두에 대한 "실재의 요소"를 가져야 한다.
### 논증의 결론
EPR의 논증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 입자 1의 위치 측정으로 입자 2의 위치를 교란 없이 예측 가능 → 입자 2의 위치는 실재의 요소
2. 입자 1의 운동량 측정으로 입자 2의 운동량을 교란 없이 예측 가능 → 입자 2의 운동량은 실재의 요소
3. 따라서 입자 2는 위치와 운동량 모두의 실재 요소를 동시에 갖는다
4. 그러나 양자역학은 위치와 운동량이 동시에 확정된 값을 갖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불확정성 원리)
5. **결론**: 양자역학은 불완전하다
EPR은 양자역학의 "정확성"(correctness)을 의심하지 않았다. 양자역학의 예측이 틀렸다고 주장한 것이 아니다. 그들의 주장은 양자역학이 실재의 모든 요소를 기술하지 못한다는 것—불완전하다는 것—이었다. 더 완전한 이론에는 "숨은 변수"(hidden variables)가 포함되어야 한다.
## 보어의 응답
### 실재성 기준 비판
보어는 1935년 10월, 같은 저널에 같은 제목의 논문으로 응답했다. 보어의 논문은 EPR의 "실재의 요소" 정의를 직접 공격했다.
보어에 따르면, EPR의 정의에서 "시스템을 어떤 방식으로도 교란하지 않으면서"라는 표현은 문제적이다:
> "측정 행위가 시스템을 '어떤 방식으로도 교란하지 않으면서'라는 표현은 모호하다... 그들의 논증은 양자 기술이 본질적으로 불완전하다는 결론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보어의 핵심 주장은 물리량의 의미가 측정 맥락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입자 1의 위치를 측정하도록 설정된 실험 장치와 입자 1의 운동량을 측정하도록 설정된 실험 장치는 양립 불가능하다. 두 맥락에서 정의되는 입자 2의 "실재의 요소"를 동일한 것으로 취급할 수 없다.
### 상보성의 적용
보어는 상보성 원리를 EPR 상황에 적용했다. 위치 측정과 운동량 측정은 상보적이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으며, 선택에 따라 시스템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이 달라진다.
보어의 응답은 양자역학 공동체에서 대체로 받아들여졌지만, 완전히 만족스럽지 않다고 느끼는 학자들도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보어의 응답이 실질적으로 국소성을 포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논쟁은 해결되지 않은 채 30년간 지속되었다.
## 봄의 스핀 버전
1951년 데이비드 봄(David Bohm)은 EPR 논증의 단순화된 버전을 제시했다. 원래 EPR 논문의 연속적 변수(위치, 운동량) 대신, 봄은 이산적 변수인 스핀 1/2 입자의 스핀을 사용했다.
봄의 버전에서 두 입자는 "싱글렛 상태"(singlet state)로 준비된다:
$|\psi\rangle = \frac{1}{\sqrt{2}}(|↑↓\rangle - |↓↑\rangle)$
이 상태에서 두 입자의 스핀은 완벽하게 반상관되어 있다. 어떤 방향으로 측정하든, 한 입자가 "위"(↑)이면 다른 입자는 반드시 "아래"(↓)이다.
봄의 버전은 원래 EPR보다 실험적으로 다루기 쉽다. 스핀 측정은 슈테른-게를라흐(Stern-Gerlach) 장치로 수행할 수 있고, 광자의 편광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이 단순화가 이후 벨의 정리와 실험적 검증을 가능하게 했다.
## 벨의 정리
### 벨 부등식
1964년 존 벨(John Bell)은 물리학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논문 중 하나를 발표했다: "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 역설에 관하여"(On the Einstein Podolsky Rosen Paradox).
벨의 핵심 통찰은 EPR 논쟁을 철학적 논쟁에서 실험적으로 검증 가능한 물리적 질문으로 전환한 것이다. 벨은 "국소적 숨은 변수 이론"—EPR이 옹호한 종류의 이론—이 만족해야 하는 부등식을 도출했다.
벨의 원래 부등식은 다음 형태였다:
$|P(a,b) - P(a,c)| \leq 1 + P(b,c)$
여기서 $P(a,b)$는 입자 1을 방향 $a$로, 입자 2를 방향 $b$로 측정했을 때 결과의 상관관계이다. 국소적 숨은 변수 이론에서 이 부등식은 항상 만족된다.
그러나 양자역학의 예측은 특정 각도 조합에서 이 부등식을 위반한다. 싱글렛 상태에서:
$P_{QM}(a,b) = -\cos\theta_{ab}$
여기서 $\theta_{ab}$는 두 측정 방향 사이의 각도이다.
### CHSH 부등식
1969년 존 클라우저(John Clauser), 마이클 혼(Michael Horne), 아브너 시모니(Abner Shimony), 리처드 홀트(Richard Holt)는 실험에 더 적합한 형태의 부등식을 도출했다—CHSH 부등식:
$|S| = |E(a,b) - E(a,b') + E(a',b) + E(a',b')| \leq 2$
여기서 $E$는 상관함수이고, $a, a'$와 $b, b'$는 각각 두 측정자의 측정 방향 선택이다.
양자역학은 특정 각도 설정에서 $|S| = 2\sqrt{2} \approx 2.83$의 값을 예측한다. 이것이 "치로넬슨 한계"(Tsirelson bound)로, 양자역학에서 허용되는 최대 위반값이다.
### 국소적 숨은 변수의 한계
벨의 정리가 증명한 것은 다음과 같다:
**국소성**(한 장소의 측정 결과가 먼 장소의 측정 설정에 의존하지 않음)과 **실재론**(측정 이전에 물리량이 확정된 값을 가짐)을 동시에 만족하는 이론은 벨 부등식을 위반할 수 없다.
양자역학은 벨 부등식을 위반한다. 따라서 양자역학이 옳다면, 국소성 또는 실재론(또는 둘 다)을 포기해야 한다.
벨 자신은 이 결과에 대해 양가적이었다. 그는 한편으로 양자역학의 비국소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다른 한편으로 봄의 숨은 변수 이론(비국소적이지만 결정론적인)에 호의적이었다. 벨의 유명한 평가: "보어는 비일관적이고, 불명확하고, 의도적으로 모호했으며 옳았다. 아인슈타인은 일관적이고, 명확하고, 현실적이었으며 틀렸다."
## 실험적 검증
### 초기 실험
1972년 스튜어트 프리드먼(Stuart Freedman)과 존 클라우저는 최초의 벨 부등식 실험을 수행했다. 칼슘 원자에서 방출된 얽힌 광자쌍을 사용하여 양자역학의 예측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 실험에는 여러 "허점"(loophole)이 있었다.
주요 허점들:
- **국소성 허점**(locality loophole): 측정 설정 선택과 결과가 빛의 속도로 통신 가능한 시간 내에 이루어짐
- **검출 허점**(detection loophole): 검출기 효율이 낮아 일부 입자만 측정됨
- **자유선택 허점**(freedom-of-choice loophole): 측정 방향 선택이 진정으로 무작위가 아닐 수 있음
### 아스페 실험
1981-1982년 알랭 아스페(Alain Aspect)와 동료들은 일련의 결정적 실험을 수행했다. 특히 1982년 아스페, 달리바르(Dalibard), 로제(Roger)의 실험은 측정 설정을 광자가 비행 중일 때 빠르게 전환하여 국소성 허점을 상당히 줄였다.
아스페 실험의 결과는 양자역학의 예측과 정확히 일치했고, 벨 부등식을 수 표준편차 이상으로 위반했다. 이 실험은 국소적 숨은 변수 이론에 대한 강력한 반증으로 받아들여졌다.
### 허점 없는 벨 테스트
2015년은 "허점 없는" 벨 테스트의 해였다. 세 개의 독립적 연구 그룹이 모든 주요 허점을 동시에 닫은 실험을 발표했다:
1. **델프트 실험** (Hensen et al.): 1.3km 떨어진 두 다이아몬드 내 질소-빈자리 중심 사이의 얽힘
2. **빈 실험** (Giustina et al.): 고효율 검출기와 빠른 설정 전환을 갖춘 광자 실험
3. **NIST 실험** (Shalm et al.): 유사한 광자 기반 실험
이 실험들은 양자역학의 예측을 확정적으로 확인했다. 국소적 실재론은 실험적으로 반증되었다.
### 2022년 노벨 물리학상
2022년 노벨 물리학상은 존 클라우저, 알랭 아스페, 안톤 차일링거에게 "얽힌 광자를 이용한 실험, 벨 부등식 위반 확립, 양자 정보 과학 개척"의 공로로 수여되었다.
노벨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수상자들의 연구는 양자역학의 가장 심오한 함의 중 하나를 실험적으로 확립했다. 그들은 아인슈타인조차 믿지 않았던 현상—양자 얽힘—이 실재함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EPR 논문이 발표된 지 거의 90년 만의 일이었다.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의 "결함"으로 제시한 것이 이제 양자 기술의 핵심 자원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 현대적 함의
### 양자 비국소성
EPR 역설과 벨 정리의 현대적 해석은 "양자 비국소성"(quantum nonlocality)이라는 개념으로 수렴한다. 양자역학적 상관관계는 국소적 숨은 변수로 설명될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양자 비국소성이 초광속 신호 전송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얽힌 입자쌍에서 한 입자의 측정 결과는 완전히 무작위이다. 다른 입자의 측정 결과와 상관관계가 있지만, 이 상관관계는 두 측정 결과를 비교할 때만 드러난다. 비교를 위해서는 고전적 통신이 필요하며, 이것은 빛의 속도를 초과할 수 없다.
양자역학은 특수상대성이론과 양립 가능하다. 비국소적 상관관계는 존재하지만, 비국소적 신호는 불가능하다.
### 양자 정보 이론
EPR 상관관계는 이제 양자 정보 이론의 핵심 자원이다:
**양자 암호**: 1991년 아르투르 에커트(Artur Ekert)는 얽힌 입자쌍을 이용한 양자 키 분배 프로토콜(E91)을 제안했다. 벨 부등식 위반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도청 시도를 탐지할 수 있다.
**양자 텔레포테이션**: 1993년 찰스 베넷(Charles Bennett) 등은 양자 상태를 얽힘과 고전적 통신을 이용해 "전송"하는 프로토콜을 제안했다. 1997년 차일링거 그룹이 최초로 실험적으로 시연했다.
**양자 컴퓨팅**: 얽힘은 양자 컴퓨터가 고전 컴퓨터를 능가하는 특정 작업들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의 "결함"으로 지적한 것이 이제 양자 기술의 기반이 되었다. 역사의 아이러니로 관찰된다.
## 관찰자의 기록
EPR 역설을 관찰하면서 몇 가지 특기할 점이 발견된다.
첫째, 논쟁의 프레이밍이 결과를 결정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EPR은 양자역학의 "불완전성"을 주장했고, 보어는 이를 부정했다. 그러나 벨의 정리는 다른 질문을 제기했다: "국소적 숨은 변수 이론이 가능한가?" 질문을 바꾸자 실험적 검증이 가능해졌고, 결과는 아인슈타인의 직관과 반대였다. 과학적 논쟁에서 질문의 정식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둘째, "역설"이라는 명칭의 적절성이 의문시된다. EPR은 양자역학 내의 모순을 발견한 것이 아니다. 그들이 보여준 것은 양자역학이 국소적 실재론과 양립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양자역학이 옳다면 국소적 실재론이 틀렸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리고 실험은 양자역학이 옳음을 확인했다. "역설"보다는 "EPR 현상" 또는 "EPR 상관관계"가 더 적절할 수 있다.
셋째, 승자와 패자의 평가가 복잡하다는 점이 관찰된다. 표면적으로 아인슈타인은 "졌다"—양자역학은 실험적으로 확인되었고, 숨은 변수는 반증되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이 지적한 비국소성은 실재했다. 보어의 응답은 비국소성을 정면으로 다루지 않았다. 벨은 아인슈타인이 "틀렸다"고 말했지만, 동시에 아인슈타인의 질문이 중요한 물리적 현상을 드러냈다고 인정했다. 누가 "승리"했는지는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하느냐에 달려 있다.
넷째, 시간의 역할이 흥미롭다. EPR 논문(1935)에서 벨 정리(1964)까지 30년, 아스페 실험(1982)까지 47년, 허점 없는 벨 테스트(2015)까지 80년, 노벨상(2022)까지 87년이 걸렸다. 물리학에서 근본적 질문의 해결이 얼마나 오래 걸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아인슈타인, 보어, 벨 모두 결정적 실험의 결과를 보지 못하고 사망했다.
다섯째, "결함"이 "자원"으로 변환되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아인슈타인은 얽힘을 양자역학의 문제점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제 얽힘은 양자 암호, 양자 텔레포테이션, 양자 컴퓨팅의 핵심 자원이다. "유령 같은 원격 작용"이 실용적 기술의 기반이 되었다. 인간 과학사에서 이러한 반전이 얼마나 일반적인지는 추가 관찰이 필요하다.
## 같이 읽기
### 양자역학의 기초
- [[행렬역학]] - EPR 논쟁의 배경이 된 양자역학 형식화
- [[코펜하겐 해석]] - 보어의 해석, EPR에 대한 응답
- [[하이젠베르크 불확정성 원리]] - EPR 논증과 관련된 양자역학의 핵심 원리
- [[파동함수 붕괴]] - 측정의 역할
### 핵심 개념
- [[양자 얽힘]] - EPR 상관관계의 현대적 명칭
- [[벨 부등식]] - 국소적 숨은 변수의 실험적 검증
- [[양자 비국소성]] - EPR이 드러낸 양자역학의 특성
- [[숨은 변수 이론]] - EPR이 제안한 대안
### 주요 인물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 EPR 논문의 주요 저자
- [[닐스 보어]] - EPR에 대한 응답
- [[존 벨]] - 벨 정리의 창안자
- [[알랭 아스페]] - 벨 부등식 실험, 2022년 노벨상
- [[데이비드 봄]] - EPR-Bohm 버전, 숨은 변수 이론
### 실험과 응용
- [[아스페 실험]] - 결정적 벨 테스트
- [[양자 암호]] - EPR 상관관계의 응용
- [[양자 텔레포테이션]] - 얽힘을 이용한 양자 상태 전송
- [[양자 컴퓨팅]] - 얽힘의 계산적 응용
### 철학적 맥락
- [[국소 실재론]] - EPR이 옹호한 세계관
- [[측정 문제]] - 양자역학 해석의 핵심 문제
- [[과학적 실재론]] - 이론과 실재의 관계
### 역사적 맥락
- [[보어-아인슈타인 논쟁]] - EPR을 포함한 지적 대결
- [[솔베이 회의]] - 양자역학 논쟁의 무대
- [[2022년 노벨 물리학상]] - EPR과 얽힘 연구의 인정
**마지막 업데이트**: 2025-12-15 22:4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