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어긋남
> [!abstract] 목차
> 1. [[#개요]]
> 2. [[#역사적 발전]]
> - [[#디터 제의 선구적 연구]]
> - [[#주렉과 환경 유도 초선택]]
> - [[#현대적 발전]]
> 3. [[#물리적 메커니즘]]
> - [[#환경과의 얽힘]]
> - [[#축약 밀도 행렬]]
> - [[#결어긋남 시간 척도]]
> 4. [[#핵심 개념]]
> - [[#포인터 상태]]
> - [[#환경 유도 초선택]]
> - [[#양자 다윈주의]]
> 5. [[#해석과의 관계]]
> - [[#측정 문제에 대한 기여]]
> - [[#결어긋남의 한계]]
> - [[#해석 중립성]]
> 6. [[#실험적 관측]]
> 7. [[#관찰자의 기록]]
> 8. [[#같이 읽기]]
## 개요
**결어긋남**(decoherence, 양자 결어긋남)은 양자 시스템이 환경과 상호작용할 때 양자 간섭—결맞음(coherence)—이 빠르게 소멸하는 현상이다. 고립된 양자 시스템은 중첩 상태를 유지하지만, 환경과 얽히면 중첩의 간섭 항이 사라지고 "고전적" 행동이 출현한다. 결어긋남은 양자역학의 [[측정 문제]]에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며, 왜 거시 세계가 양자 중첩을 보이지 않는지 설명하는 핵심 메커니즘으로 인정받고 있다.
결어긋남 개념은 1970년 독일 물리학자 H. 디터 제(H. Dieter Zeh)가 처음 제안했다. 그는 양자 시스템이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고전화"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1980년대 보이치에흐 주렉(Wojciech H. Zurek)은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환경 유도 초선택**(environment-induced superselection, "einselection")과 **포인터 상태**(pointer states) 개념을 도입했다. 환경이 양자 시스템의 특정 관측량을 "모니터링"하여, 그 관측량의 고유상태들 사이의 결맞음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결어긋남 이론은 [[코펜하겐 해석]]의 "측정" 개념을 물리적으로 분석한다. 측정 장치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환경이 보편적으로 양자 시스템을 "측정"한다. 그러나 결어긋남은 [[측정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다. 왜 간섭이 사라지는지는 설명하지만, 왜 하나의 결과만 실현되는지—결과 문제—는 설명하지 않는다. 막시밀리안 슐로스하우어(Maximilian Schlosshauer)의 표현: "결어긋남은 양자역학의 고전적 극한을 설명하는 데 매우 중요하지만, 파동함수 붕괴를 설명할 수 없다."
## 역사적 발전
### 디터 제의 선구적 연구
H. 디터 제(Hans Dieter Zeh, 1932-2018)는 결어긋남 개념의 창시자로 인정받는다. 1970년 논문 "양자역학에서 파동함수 붕괴의 문제에 대하여"(On the Interpretation of Measurement in Quantum Theory)에서 제는 환경이 양자 시스템의 결맞음을 파괴할 수 있음을 처음 지적했다.
제의 핵심 통찰은 양자 시스템이 결코 완전히 고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현실적 시스템은 환경—공기 분자, 광자, 중력장 등—과 상호작용한다. 이 상호작용이 시스템과 환경 사이에 [[양자 얽힘|얽힘]]을 유도한다. 환경의 자유도를 "추적"(trace out)하면, 시스템의 간섭 항이 빠르게 소멸한다.
제의 연구는 처음에 학계에서 무시되었다. 그는 나중에 회고했다: "나의 1970년 논문은 큰 저항에 부딪혔다.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코펜하겐 해석이 확립된 정통이라고 믿었고, 측정 과정을 양자역학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를 거부했다." 제는 [[다세계 해석]]의 맥락에서 결어긋남을 발전시켰으며, 평생 에버렛 해석을 지지했다.
### 주렉과 환경 유도 초선택
1980년대 보이치에흐 주렉(Wojciech H. Zurek)은 결어긋남 이론을 체계화했다.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에서 활동하던 주렉은 1981년 논문 "포인터 기저와 환경 유도 초선택"에서 핵심 개념들을 도입했다.
주렉의 **환경 유도 초선택**(einselection)은 환경이 특정 기저를 "선택"하는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양자 상태는 무한히 많은 기저로 표현될 수 있지만,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강건한"(robust) 상태들만 살아남는다. 이것이 **포인터 상태**(pointer states)이다—측정 장치의 "바늘"이 가리키는 안정적인 상태들.
2003년 주렉은 *Reviews of Modern Physics*에 85페이지에 달하는 종합 리뷰 "결어긋남, einselection, 그리고 고전의 양자적 기원"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결어긋남 이론의 표준 참조 문헌으로 자리잡았다.
주렉은 또한 **양자 다윈주의**(quantum Darwinism)를 제안했다. 포인터 상태에 관한 정보가 환경에 복제되어, 여러 관측자가 동일한 "객관적" 실재를 관측할 수 있게 된다는 아이디어이다.
### 현대적 발전
2007년 슐로스하우어의 저서 *결어긋남과 양자-고전 전이*(Decoherence and the Quantum-To-Classical Transition)는 결어긋남 이론의 포괄적인 개관을 제공했다. 이 책은 제에게 헌정되었다.
2019년 *Physics Reports*에 발표된 445개의 참조 문헌을 포함한 리뷰 논문은 제의 추모와 함께 결어긋남 연구의 현황을 정리했다. 결어긋남은 이제 응집물리학, 양자 정보, 양자 우주론, 생물학적 양자 효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
## 물리적 메커니즘
### 환경과의 얽힘
결어긋남의 핵심은 시스템-환경 얽힘이다. 초기에 시스템 $S$가 중첩 상태에 있고 환경 $E$가 초기 상태 $|E_0\rangle$에 있다고 하자:
$|\Psi_0\rangle = (c_1|s_1\rangle + c_2|s_2\rangle) \otimes |E_0\rangle$
시스템과 환경이 상호작용하면 얽힌 상태가 된다:
$|\Psi\rangle = c_1|s_1\rangle|E_1\rangle + c_2|s_2\rangle|E_2\rangle$
여기서 $|E_1\rangle$과 $|E_2\rangle$은 시스템 상태에 상관된 환경 상태이다. 환경이 시스템을 "측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축약 밀도 행렬
결어긋남의 효과는 시스템의 **축약 밀도 행렬**(reduced density matrix)에서 나타난다. 환경의 자유도를 추적하면:
$\rho_S = \text{Tr}_E(|\Psi\rangle\langle\Psi|)$
환경 상태가 거의 직교하면($\langle E_1|E_2\rangle \approx 0$), 축약 밀도 행렬은:
$\rho_S \approx |c_1|^2|s_1\rangle\langle s_1| + |c_2|^2|s_2\rangle\langle s_2|$
비대각 항—간섭 항—이 소멸했다. 시스템은 더 이상 순수 상태가 아니라 **혼합 상태**(mixed state)로 기술된다. 수학적으로 이것은 고전적 확률 분포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부적절한 혼합**(improper mixture)이다. 시스템이 실제로 $|s_1\rangle$ 또는 $|s_2\rangle$ 중 하나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의 얽힘 때문에 혼합처럼 보이는 것이다.
### 결어긋남 시간 척도
결어긋남은 극히 빠르게 일어난다. 결어긋남 시간 $\tau_D$는 시스템의 크기와 환경의 특성에 의존한다.
거시적 물체의 경우:
- 상온 공기 분자와의 충돌: $\tau_D \sim 10^{-30}$ 초
- 광자 산란: $\tau_D \sim 10^{-18}$ 초
- 우주 배경 복사: $\tau_D \sim 10^{-1}$ 초 (지구에서 1미터 물체)
슐로스하우어의 분석에 따르면, 1그램 물체가 1cm 떨어진 두 위치의 중첩에 있다면, 상온 공기 환경에서 결어긋남 시간은 약 $10^{-30}$ 초이다. 이것은 관측 가능한 시간 척도보다 훨씬 짧다. 거시 세계에서 양자 중첩이 관측되지 않는 이유가 설명된다.
## 핵심 개념
### 포인터 상태
**포인터 상태**(pointer states)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강건한 시스템 상태이다. 주렉의 정의: "포인터 상태는 환경에 의해 가장 적게 교란되는 상태들이다."
포인터 상태는 환경과의 해밀토니안이 대각화되는 기저에 해당한다. 위치가 자주 포인터 기저가 되는 이유는 물리적 상호작용이 대체로 위치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쿨롱 상호작용, 중력 등은 모두 거리의 함수이다.
포인터 상태 개념은 [[측정 문제]]의 **선호 기저 문제**(preferred basis problem)를 해결한다. 양자역학의 형식주의는 어떤 기저도 특별하지 않다고 말하지만,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특정 기저를 선택한다.
### 환경 유도 초선택
**환경 유도 초선택**(einselection)은 환경이 포인터 상태를 "선택"하는 과정이다. "초선택"(superselection)은 원래 특정 관측량이 중첩될 수 없다는 규칙을 가리켰다. 주렉은 환경이 이러한 초선택 규칙을 동역학적으로 유도한다고 주장했다.
einselection의 결과:
1. 포인터 상태들 사이의 중첩이 빠르게 소멸
2. 포인터 상태들만 안정적으로 존속
3. "고전적" 상태들의 출현
주렉은 einselection을 "정보의 선택적 손실"로 특징지었다. 환경으로 유출된 정보는 회복 불가능하며, 이것이 비가역성의 기원이다.
### 양자 다윈주의
**양자 다윈주의**(quantum Darwinism)는 주렉이 2009년 제안한 개념이다. 핵심 아이디어: 포인터 상태에 관한 정보가 환경에 다중 복제되어, 여러 관측자가 "객관적" 실재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비유하면, 태양을 직접 보지 않아도 산란된 광자들을 통해 태양의 존재를 알 수 있다. 환경의 작은 일부만 관측해도 시스템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그 정보는 "객관적"이라 할 수 있다.
양자 다윈주의는 "객관적 실재"의 출현을 양자역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이다. 실재가 관측 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복제를 통해 창발한다.
## 해석과의 관계
### 측정 문제에 대한 기여
결어긋남은 [[측정 문제]]의 여러 측면을 해명한다:
1. **선호 기저 문제 해결**: 왜 특정 물리량이 측정되는가?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포인터 상태를 선택한다.
2. **고전적 행동의 출현**: 왜 거시 세계가 양자 중첩을 보이지 않는가? 결어긋남이 극히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3. **측정 장치의 "고전성"**: [[코펜하겐 해석]]에서 측정 장치는 "고전적"으로 기술되어야 했다. 결어긋남은 이것을 동역학적으로 설명한다.
### 결어긋남의 한계
결어긋남은 **결과 문제**(outcome problem)를 해결하지 못한다. 왜 측정은 하나의 확정된 결과를 주는가?
결어긋남 후 축약 밀도 행렬은 혼합 상태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부적절한 혼합이다. 전체 시스템-환경 상태는 여전히 순수 상태이며, 모든 가능한 결과가 얽힌 형태로 공존한다.
슐로스하우어: "결어긋남은 관측된 고전성의 외양을 설명하지만, 단일 결과가 실현되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측정 문제는 순전히 결어긋남으로 해결될 수 없다."
### 해석 중립성
결어긋남은 **해석 중립적**(interpretation-neutral)이다. 결어긋남의 물리학은 어떤 해석을 택하든 동일하다. 그러나 결어긋남이 "의미하는 바"는 해석에 따라 다르다:
- **[[코펜하겐 해석]]**: 결어긋남이 "효과적 붕괴"를 설명. 그러나 붕괴의 궁극적 원인은 불분명.
- **[[다세계 해석]]**: 결어긋남이 분기들 사이의 간섭 소멸을 설명. 모든 결과가 다른 분기에서 실현.
- **숨은 변수 이론**: 결어긋남이 왜 비국소적 효과가 관측되지 않는지 설명.
- **객관적 붕괴 이론**: 결어긋남이 붕괴 이전에 일어나는 과정.
디터 제는 [[다세계 해석]]의 맥락에서 결어긋남을 이해했고, 주렉은 보다 중립적 입장을 취했다.
## 실험적 관측
결어긋남은 실험적으로 관측되었다. 대표적 실험들:
**1996년 브룬(Brune) 등**: 파리의 세르주 아로슈(Serge Haroche) 그룹에서 마이크로파 공동(cavity)에 갇힌 광자의 결어긋남을 관측했다. 중첩 상태의 "고양이"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고전적 혼합으로 전이하는지 직접 측정했다. 아로슈는 이 연구로 2012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2003년 하클레이터(Hackermüller) 등**: C₇₀ 풀러렌 분자의 간섭 실험에서 결어긋남을 관측했다. 분자가 환경(기체 분자, 열복사)과 상호작용할 때 간섭 무늬가 소멸하는 것을 확인했다.
**초전도 큐비트**: 양자 컴퓨팅 연구에서 결어긋남은 핵심 장애물이다. 결어긋남 시간을 최대화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이 실험들은 결어긋남이 실제로 일어나며, 이론적 예측과 일치함을 보여준다.
## 관찰자의 기록
결어긋남을 관찰하면서 몇 가지 특기할 점이 발견된다.
첫째, 이론의 초기 무시와 후기 수용의 대비가 주목된다. 제의 1970년 논문은 학계에서 거의 무시되었다. 코펜하겐 해석의 정통성에 도전하는 것이 당시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결어긋남은 양자역학 기초 연구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과학적 아이디어가 수용되기까지의 시간 지연이 흥미롭게 관찰된다.
둘째, 문제 해결과 문제 이동의 경계가 모호하다. 결어긋남은 선호 기저 문제를 해결했다고 평가받지만, 결과 문제는 남겨두었다. 일부 비판자들은 결어긋남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이동시켰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해결"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셋째, 해석 중립성과 해석 선호 사이의 긴장이 관찰된다. 결어긋남의 물리학은 해석 중립적이지만, 창안자 제는 [[다세계 해석]]을 강력히 지지했다. 결어긋남이 다세계 해석을 "자연스럽게" 만든다는 주장과, 결어긋남만으로는 어떤 해석도 확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공존한다.
넷째, 양자 컴퓨팅에서의 실용적 중요성이 주목된다. 결어긋남은 양자 컴퓨터의 주요 장애물이다. 양자 정보를 보존하려면 결어긋남을 최소화해야 한다. 기초 물리학 개념이 기술적 응용과 직결되는 사례이다.
다섯째, "고전 세계의 출현"이라는 표현이 암시하는 존재론적 함의가 흥미롭다. 결어긋남이 고전 세계를 "설명"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고전 세계가 양자 세계로부터 "창발"한다면, 고전 물리학의 지위는 무엇인가? 이 질문들은 추가 관찰이 필요하다.
## 같이 읽기
### 양자역학의 기초
- [[측정 문제]] - 결어긋남이 부분적으로 해결하려는 문제
- [[코펜하겐 해석]] - 측정을 원초적으로 받아들이는 해석
- [[다세계 해석]] - 결어긋남과 밀접한 관계
- [[양자 얽힘]] - 결어긋남의 기본 메커니즘
### 핵심 개념
- [[포인터 상태]] - 환경에 강건한 상태
- [[환경 유도 초선택]] - einselection
- [[양자 다윈주의]] - 객관적 실재의 출현
- [[축약 밀도 행렬]] - 결어긋남의 수학적 기술
### 주요 인물
- [[H. 디터 제]] - 결어긋남 개념의 창시자
- [[보이치에흐 주렉]] - einselection, 양자 다윈주의
- [[막시밀리안 슐로스하우어]] - 결어긋남 이론의 체계화
### 사고실험
- [[슈뢰딩거의 고양이]] - 거시적 중첩의 문제
- [[위그너의 친구]] - 관찰자와 결어긋남
### 관련 주제
- [[양자-고전 전이]] - 결어긋남이 설명하는 현상
- [[양자 컴퓨팅]] - 결어긋남이 장애물
- [[양자 정보]] - 정보 손실로서의 결어긋남
**마지막 업데이트**: 2025-12-22 12:35:00